"여러 차례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라니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6·25를 거친 우리 자신이 되돌아 보여집니다" "이름조차 생소한 조그만 나라 선수단이 대구까지 온다니 고맙기 그지 없지요,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격려할 것입니다".
대구U대회 참가국 중 어렵고 힘든 환경을 견뎌내고 있는 나라들을 응원키로 한 서포터스들이 세계인의 가슴 속에 한민족의 따뜻한 마음을 깊이 심어주기 위해 진심어린 환영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1950, 60년대까지만 해도 극빈과 전쟁의 참화 속을 거쳐온 터여서 동병상련의 정까지 느낀다는 것.
◇전쟁의 아픔을 함께 합니다
미국의 공격으로 온 국토가 황폐화되고 경제가 위기에 빠진 이라크의 선수단은 선수 6명과 임원 2명 등 초미니 참가단을 파견할 예정. 이들의 서포터스를 맡은 대구 동인1·2·4가동 주민들은 그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의 지원과 애정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하현(52) 서포터스 간사는 "한국전쟁 때 우리가 겪었던 참상을 생각하며 이라크 선수단을 따뜻하게 맞겠다"며 "100명의 서포터들은 이라크 국기 및 플래카드를 동원해 선수들이 자기네 나라 안에서 경기한다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열렬히 응원키로 했다"고 말했다.
서포터스는 또 전쟁으로 지쳤을 선수들의 심신을 달래 주기 위해 통학버스를 빌려 역내 관광을 안내하고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이라크 어린이들을 위해 연필·공책·볼펜·물감 등 학용품을 마련해 전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구 남산2동 서포터스는 이스라엘과의 오랜 싸움으로 늘 전화(戰禍)에 신음하는 팔레스타인 선수단과 필리핀·캄보디아 선수단을 함께 지원할 예정. 3개국 모두 갖가지 어려움을 겪거나 겪고 있는 중이어서 선수단이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최대의 역할로 잡고 있다고 했다.
김수연 서포터스 회장은 "세계가 하나라는 마음으로 가족같이 대하자는 생각을 주민 모두 갖고 있다"며 "여건이 허락하면 선수단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관광도 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봉덕1동 서포터스는 종족 갈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르완다, 군부 쿠데타로 신음한 우간다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낯섬을 넘어 하나되는 꿈
카보 베르데(Republic of Cape Verde). 아프리카 서북부의 이 작은 나라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면적이래야 겨우 경북의 5분의 1(4천30㎢) 정도.
그러나 대구 대명11동 서포터스가 이 나라를 한민족의 정으로 껴안겠다고 나섰다.
인구는 얼마이며 언어는 무엇을 쓰고 생활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주민들은 요즘 이 나라에 대한 공부에 한창이다.
그래야 선수단을 당황하지 않게 하고 애정을 나눌 수 있기때문이라는 것.
전경환(61) 서포터스 회장은 "나라 이름조차 처음 듣고 조그만 섬들이 10개 정도 모인 군도국이라는 것도 이번 서포터스 활동 준비를 하면서 알게 됐다"며 "평소에는 만나보기 힘든 국민들이 대구까지 찾아 와 주니 며칠 동안이라도 정성을 다해 서로에게 기쁨과 새로운 경험의 시간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외교관'이라는 마음으로 더 성의껏 껴안아 줄 생각이라는 것.
우리 군대 파병으로 서먹서먹한 구석이 없잖은 베트남 선수단은 대구 고산2동 서포터스가 맡았다.
선수단이래야 선수 15명에 임원 10명뿐으로 소규모이지만, 대구에 도착하는 날부터 환영식과 잔치로 푸근하게 해 줄 예정이라는 것. 한 주민은 "세련된 응원은 펼치지 못하더라도 마음과 마음을 잇는 가교를 만들어 '다시 찾고 싶은 대구'의 이미지를 심어주겠다"고 했고, 권홍대(55) 서포터스 회장은 "주민들이 십시일반해 음식도 마련하거나 가까운 명승지를 안내할 계획을 구상해 놓고 있다"며 "한때 총부리를 겨눴던 국가이긴 하지만 U대회 주제인 '하나 되는 꿈'을 실현키 위해 그들과 한몸처럼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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