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신체계 미작동' 또 人災

8일 오전 발생한 경부선 열차 추돌 사고 원인과 과실 소재를 수사 중인 대구 수성경찰서는, 추돌 당한 화물열차가 공사구간의 통과 방식을 무시하고 임의로 정거한 뒤 이를 통보하지 않고, 열차 운행 통제 책임자들은 화물열차 통과 후 공사구간에 진입시켜야 할 여객열차를 그런 절차 없이 진입시켜 사고를 부른 것으로 보고 관계자들의 과실을 확인하고 있다.

두 사고 열차 기관사.부기관사, 고모역 역무원, 부산지방철도청 직원, 고모역장, 신호기 교체작업을 한 작업인부 등을 상대로 사고 원인과 경위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고모역과 경산역 사이 구간에서는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정상 구간의 '일반 방식'과 달리 지시를 받아 운행하는 '통신 방식'으로 통과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체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신호기 교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던 이 구간 부산 방향 경우 두 역 사이를 운행하는 선행 열차가 경산역에 도착했음을 확인한 뒤 후행 열차를 진입시켜야 하나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

경찰은 열차 진입 지휘 책임을 맡은 고모역 역무원 정성진(30)씨가 화물열차가 경산역에 도착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도 무궁화호 열차를 진입토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하고, 이 과정에서 협의한 부산지방철도청 박창익(37)씨에게도 '열차 운전 취급 규정' 위반 혐의가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선행 화물열차 기관사 최태동(50)씨가 시험하느라 켜진 적색신호를 보고 임의로 정거하고도 이를 후행 열차에 통고하지 않은 혐의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씨는 고모역 역무원 정씨와의 교신에서 "정상운행하라"는 지시를 받고는 "정상 구간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운행하라"는 뜻으로 생각, 공사구간에서의 '통신 방식' 통과법을 무시하고 철로상의 점멸 신호에 따라 서행.정지를 반복하며 운행하다 정지해 사고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8분 뒤에 고모역을 출발한 여객열차가 화물열차를 따라붙어 추돌이 발생했다는 것. 반면 정씨는 경찰에서 자신의 지시가 "점멸신호를 무시하고 정상 속도로 주의 운행을 하라"는 뜻이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교신 오해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밝히기 위해 교신 내용이 담긴 테이프를 분석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열차 속도와 제동 상황이 기록된 타코미터를 9일 중 분석해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경찰은 여객열차 기관사 김기용(35)씨가 전방 1km까지 볼 수 있는 여건이었는데도 화물열차 400여m 뒤에서야 급브레이크를 밟은 것으로 보고 과실 유무를 추궁하고 있다. 반면 김씨는 "안개가 끼여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철도청은 이번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95명이 다친 것으로 9일 최종 집계했다. 사망자는 밀양고교 교사 이영경(36.대구 범어동)씨와 이석현(6.성주군 성주읍)군이며, 사고 후 125명에 달했던 병원 진단자 중 30명은 부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9일 현재는 중상자 2명 등 52명이 입원 중이라는 것이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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