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법 사전협의 두고 정치권 논란

민주당이 의원입법 과정에서 기획예산처 등 재정당국의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을 추진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국회의 예산감독 역량과 전문성 강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내부규정을 별도 신설할 경우 향후 법 제정 과정에서 정부 간섭이 노골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않다. 때문에 지난 1988년 국회법 개정을 통해 마련된 '국회 법률안 비용추계'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8일 "의원입법의 경우 재정당국과 사전협의 없이 해당 주무부처 의견이 정부 의견으로 대체되고 있다"면서 "상임위 법률안 심사과정에서 기획예산처 등 재정당국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도록 국회 내부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도한 재정부담을 유발하는 의원입법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는 일면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으나, 국회사무처 예산정책국이 재원조달 및 배분의 적정성을 국회 예결위원회와 별도로 검증작업을 벌여 또다른 '옥상옥(屋上屋)'을 만들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현행 국회법 제79조 2항에는 "예산상의 조치가 수반하는 법률안 기타 의안의 경우에는 예산명세서를 아울러 제출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적시돼 있다. 다만 13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총 684건의 의원발의 예산부수 법률안 중 실제 예산명세서가 첨부된 법률안수는 61건에 그쳐 예산명세서 제출비율이 8.9%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의원발의 법안의 경우 반드시 예산명세서를 첨부, 재원조달 방안을 구체화하도록 규정을 강화하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정 의장이 대표적인 선심법안으로 꼽은 '한국지하철공사법(안)'의 경우 향후 10년간의 비용추계 명세서가 이미 국회사무처 예산정책국 심의를 거쳐 국회 건교위와 법사위에 제출된 상태다. 여기다 공사설립을 뒷받침할 재원마련을 위해 '교통시설특별회계법 개정안'도 지난달말 국회에 제출됐다. 이 개정안은 철도계정에서 도시철도 계정을 별도 관리.운영하고 도시철도 계정의 세입 및 세출사항을 따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나라당 예결위원장인 박종근 의원은 "의원 입법안에 대해 정부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필요는 하지만 강제적으로 내부 규정까지 만들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정부 입맛에 맞는 법률만 만들겠다는 취지와 다를게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국회 예결위 이해봉 의원도 "지하철공사법의 경우 교특회계법안을 개정하면 안정적인 재원조달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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