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같은 생산직인데...일할 맛 안나-중기.소비자 상실.허탈감

"올려받는 직원들과 올려 줄 형편이 되는 회사측은 '우리끼리 하겠다는데 왜?'라고 말하겠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별로 달라질 것이 없는 중소·영세기업 종사자들은 죽을 맛입니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임단협을 통해 전직원 평균 연봉을 5천만원대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올해 인상분만 1천만원대에 이르고 근로조건 삭감없는 완전 주5일 근무제를 실시키로 하는 등의 결과를 도출한 것을 부럽게 바라보던 노동자들의 심리가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허탈감으로 바뀌고 있다.

포항공단의 모 대기업 하청업체 직원 김모(44)씨는 "같은 생산직이라지만 원청 직원들은 깨끗하고 폼나는 곳에서 일하지만 우리는 작업장 뒤편에서 땟국물에 빠져 일하는데도 임금은 원청이 하청의 2배나 된다"고 지적, "우리에게는 연봉 3천만원도 꿈처럼 보인다"면서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공무원 이모(42)씨는 "머리에 붉은 띠 두르고 목소리만 높이면 처우가 개선되는 것 같다"면서 "노동자들의 시위현장에 투입될 때면 나도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자괴감에 시달리는 표정을 지었다.

대기업 노조 및 양대 노총 등 제도권 노동계가 작년 이후 비정규직 및 영세·하청 근로자 처우개선 요구를 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정작 일부 해당자들은 불만감을 드러냈다.

하청 노동자 윤모(38)씨는 "실질적으로 원청업체 직원들의 처우개선은 협력·하청사들의 수익감소와 직결되는 것"이라며 "상급 노동단체들의 소수노동자 권익증진 요구 구호는 구두선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라고 전했다.

일반 시민들도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고임금 정책은 이들이 독과점 등 높은 시장 장악력을 이용해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제품가 인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키면 그뿐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이 해당 대기업 제품의 상품가격 결정을 검증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주부 김선경(37)씨는 "아파트 분양가 상승에는 철강재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인상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고 국산 자동차 가격도 국내와 해외가격 차이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들어 고임금을 이끌고 있는 철강·자동차 관련 업체들에게 간접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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