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당, 대구發 '공천헌금' 의혹

'굿모닝 게이트'와 관련된 정치권내 로비 의혹설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공천 헌금설'이 다시 불거져 나왔다. 이번에는 한나라당 발(發)이다. '지난 2000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공천 헌금 2억원을 내고도 전국구 공천을 받지 못했다'며 대구지역 사업가 손모씨가 윤여준 의원과 이회창 전 총재의 측근인 김모씨를 지난 6월 사기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한나라당은 "당과 무관한 개인간 채권.채무관계"라고 일축하면서도 "굿모닝 시티 수사를 물타기 하려는 의도가 담겨있지 않느냐"며 파장을 예의주시했다.

◇윤여준 의원 해명=윤 의원은 10일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전 총재가 2000년 공천 전 측근인 김씨를 통해 손씨를 만난 뒤 전화를 걸어와 '만나라'고 해서 (손씨와)만났다"면서 "당시 그는 '전국구 공천을 받고 싶다'며 '큰 돈이 들텐데 나도 준비해야 하므로 얼마면 되느냐'고 하길래 하순봉 당시 사무총장에게 소개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그러나 "당시 이 전 총재는 '전국구 돈 공천은 안된다'고 엄명했기에 안된 모양"이라며 "나는 나대로 손씨를 만난 뒤 총재에게 '재산이 얼마나 있는 지는 모르겠으나 국회의원감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전국구 공천이 끝난 뒤 손씨의 '협박'이 계속됐다는 것. 윤 의원은 "손씨가 '김씨에게 2억원을 줬다. 기자회견을 통해 다 까발리겠다'고 했다"면서 "그래서 김씨를 불러 물어보니 '주식을 함께 하면서 4대6으로 나누기로 하고 2억웍을 빌렸다'"고 전했다. 그는 또 "김씨가 돈을 빌리면서 (손씨에게)차용증을 써 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특히 윤 의원은 이 전 총재와 손씨가 공천 후 다시 만난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손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내용을 밝힐 경우 당이 입을 피해를 생각해 이 전 총재 집으로 데려가 40분간 만나게 했다"며 "이 과정에서 손씨는 '지방선거 때 힘써달라'고 얘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역의원 비례대표 마저 불발에 그치자 손씨의 '위협'도 계속됐다. 윤 의원은 "손씨와 만나 '아무리 이 전 총재가 신경을 써도 대구 의원들이 반대하면 어려운 게 아니냐'고 전했다"면서 "강재섭 전 대구시지부장에게 전화를 하니 그도 이 전 총재로부터 대강을 들었더라. 그러나 비례대표도 상향식 공천으로 바뀌어서 안됐다"고 주장했다.

◇강재섭.백승홍 의원 반응=강 전 시지부장측은 "손씨와 관련된 주장은 과거 소문으로 들은 적은 있지만 우리쪽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또 "당시 실세이던 이 전 총재의 핵심측근인 윤 의원의 라인을 타고 로비 하려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그러나 우리와 전혀 접촉이 없었고 지역내 소문도 안 좋아 손씨와 상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백 의원은 "손씨와 이 전 총재는 지난 2000년 총선 이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이 전 총재가 '뭘로 도와줄까'라고 물었을 때 손씨가 자기 부인의 대구시의원 비례대표 공천을 요구, 이 전 총재가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후 지역에서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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