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일간의 노사분규 끝에 지난 5일 현대자동차의 임금 및 단체협약에 관한 협상이 타결되었다
결과는 노조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물론 회사입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겠지만, 그럴 바엔 처음부터 합의하지 무엇 때문에 1조2천억원의 생산차질을 감수하면서 46일간이나 협상을 끌어왔는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합의내용을 보면, 우선 기본급 8.6%인상과 200%의 성과급에 100%의 격려금 등을 지급하고, 9월부터 임금과 근로조건의 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한다.
또한 경기악화를 이유로 정리해고나 희망퇴직을 실시할 수 없고, 58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며, 국내공장을 축소하거나 폐쇄할 수도 없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다른 생산라인으로 인력을 재배치할 때도 노사공동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입사한 지 10년 된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의 연봉이 약 5천만원인데 이번 협약으로 연봉이 1천만원 가량 더 올라가게 된다고 한다.
현대차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이번 노사합의 내용은 다른 기업의 노사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합의로 주5일근무제 도입을 위한 노사간 협상에서 노조측의 입장이 강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노조의 경영권 참여요구가 다른 기업의 노사협상에서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현대차와 일본의 도요타를 비교할 때 작년 현대차의 평균임금은 도요타의 57% 수준인데 1인당 매출액은 41% 수준에 머물렀다.
시간당 평균임금을 보면 미국의 3대 자동차가 25.63달러이고 현대차는 21.05달러로 미국의 82% 수준인데, 물가와 생활비를 감안한 구매력평가 인건비는 오히려 현대차가 높다고 한다.
앞으로 해마다 10%에 가까운 임금인상을 계속한다면 수년 내에 현대차의 임금수준이 명목상으로도 미국이나 일본의 자동차회사 임금수준을 능가하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기술력이나 생산성은 경쟁사보다 낮으면서 임금수준은 같거나 높다면 그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노사합의에 따른 현대차의 인건비 추가부담액이 약 7천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러한 추가부담을 해결하는 방법은 노동생산성을 임금상승률 이상으로 높여서 이를 흡수하든가, 부품매입 가격을 깎아서 납품하는 협력업체에게 이를 전가하든가, 자동차 판매가격을 인상하여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방법뿐이다.
노동생산성 향상은 현재의 노사협약이나 노조의 행태로 보아 거의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은 부품매입가격 하락을 통해 협력업체에게 그 부담을 떠넘기거나, 자동차 판매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대차는 최근에 거의 매년 자동차 연식을 바꾸면서 가격을 인상해왔다.
이처럼 현대차가 가격을 인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아차 인수로 국내시장의 80% 가까이 시장을 점유하게 되었고 대우차의 매각지연 때문에 국내시장에서 거의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 자동차시장도 GM(대우)이나 르노(삼성)와 같은 외국계 회사와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쉽게 가격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는 국제시장에서 수출가격을 올리기는 더욱 어렵다.
이렇게 되면 결국 기술력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투자를 늘리기 어렵게 되고 이는 결국 경쟁력 저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작년 현대차의 연구개발투자액(1조1천억원)은 도요타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공급과잉 상태에 있는 세계 자동차시장은 현재의 17개 업체중 2010년경에는 5, 6개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 50년간 한 건의 노사분규도 없었고 막대한 이익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스스로 임금을 동결한 도요타와 비교해 볼 때 현대차가 과연 2010년 이후에도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