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유리눈물

미국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인 한 만 레이(Man Ray: 1890~1976). 권위있는 미국의 미술전문지 '아트 뉴스'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있는 미술가 25인 중 신디 셔먼과 함께 2명의 사진작가 중 1명으로 뽑았을 만큼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이다.

만 레이의 작품 중 특히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엔 단연 '유리눈물'(1930년)이 꼽힌다.

어딘가에 놀란 듯 커다랗게 뜬 두 눈에서 방울방울 눈물이 떨어지는 여인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작품. 관람객들은 만레이의 이 작품 앞에서 두 번 놀라게 된다.

하나는 너무도 아름다운 여인이 왜 이토록 비통하게 눈물을 흘리는가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 올 한 올 정교하게 화장한 긴 속눈썹의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투명한 유리구슬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유리눈물임을 알고나서도 관객들은 여전히 마음 한끝이 비감해옴을 느끼게 된다

며칠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정몽헌 회장의 장례식은 그의 공과(功過)와는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대기업 재벌회장인 그와는 지구와 달처럼 거리가 먼 사람들일지라도 장례식 장면을 지켜보며 눈물을 글썽인 사람들이 적지않았을 것이다.

'비감(悲感)의 정서'야말로 인간이 지닌 감정 중 가장 순수하면서도 빨리 전이되는 감정이기 때문이리라. 사흘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한 남자를 보았다.

쇠약할대로 쇠약해진 그에게선 죽음의 냄새가 묻어났다.

단지 그가 30대의 한창나이 남자라고 하여 "뭐라도 해서 먹고 살지"라며 손가락질만 할 수 있을까. 모르긴해도 그도 한때는 먹고 살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기에 자포자기하게 됐고 결국 굶주리는 떠돌이가 됐을 것이다.

자살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고귀한 목숨을 너무 쉽게 버린다고 비판하는 소리도 적지않다.

하지만 우리 역시 너무 쉽게 그런 말을 내뱉는지도 모른다.

이런 말 앞에서 도대체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개미도 생을 탐하는데 하물며 사람일까…'. 국민들은 일면식도 없는 재벌의 죽음에조차 눈물을 흘리는데, 정작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할 정치지도자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직장을 잃고, 스스로 몸을 던지는데도 이를 애통히 여겨 눈물흘렸다는 말을 들은 적이 결코 없다.

슬퍼하는 자의 눈에서 눈물을 씻겨주는 지도자, 이 나라에선 단지 희망사항일 뿐이려나.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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