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걷히고, 본격적인 더위와 함께 매미들의 합창소리가 더욱 우렁차게 들린다.
잠시 도시의 복잡한 생활을 접어두고 울창한 산림과 새들의 하모니가 어우러지는 칠곡 가산의 유학산에 올라보자. 예로부터 학(鶴)이 둥지를 틀고 노닐었다는 유학산(해발 839m)은 가산면 다부리와 석적면 성곡리를 동서로 길게 병풍처럼 뻗어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남쪽면에는 산중턱에서 부터 깎아지른듯한 바위 절벽이 정상까지 솟아 있어 산악인들의 암벽등반 훈련장으로 유명하고, 서쪽산 중턱 절벽을 병풍으로 삼아 도봉사 절이 있는데 여기서부터 오른쪽 등산로를 이용하면 쉰질바위를 거쳐 정상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에는 넓은 헬기장과 팔각정이 있어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정상 북쪽에는 넓은 갈대밭이 있어 가을이면 황금빛 경관을 뽐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유학산은 6·25전쟁 당시 다부동 전투의 주 격전지로서 대구를 사수하는 마지노선이 되었던 곳이다.
인민군에게 밀려 대구·부산 함락이 일보 직전에 놓였던 1950년 8월, 찌는듯한 폭염 아래 대구를 사수하기 위해 국군이 55일간 결사항전을 벌인 끝에 인민군 3개 사단을 물리침으로써 북진의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 구국의 현장이 바로 다부동이며 유학산이다.
이 전투에서 국군과 인민군을 포함한 3만명이 넘는 병사가 희생된, 세계 전쟁사에도 기록될 만큼 피비린내를 진동시켰던 아픔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 다부동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고 산화한 구국 용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1981년 11월 유학산 기슭 맞은 편 언덕에 다부동 전적기념관과 구국용사 충혼비가 건립되었다.
또한 매년 100만명 이상의 탐방객에게 구국정신과 자유수호 의지를 심어주는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되며, 당시 유학산 전선을 따라 개설된 6.25㎞의 등산로는 산 자와 죽은 자, 국군과 인민군이 서로 평화와 안정을 염원하는 상상속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햇볕정책으로 남과 북간에 계속적인 교류가 성사되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의 안보의식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나라를 지키려는 안보의식과 힘을 함께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지훈 시인의 '다부원에서'라는 시비에서 보듯 '살아서 다시보는 다부원은 죽은 자도 산 자도 다 함께 안주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 라고 했을 만큼 비참했던 이 곳 다부동과 유학산. 50년전 황폐했던 전장의 모습은 사라지고 지금은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농촌마을로 변해있다.
휴가철인 요즈음 자녀들과 함께 다부동 전적기념관과 6·25 등산로를 산책하며, 호국의 산 유학산을 다시한번 바라보며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다잡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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