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났다지만 잠까지 설치게 만드는 '더위와의 전쟁'은 여전하다.
그러다 보니 밤이 되면 집 안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더위를 피해 보따리를 싸는 가정이 많다. 하지만 가깝다고 매일 같은 곳을 찾다보면 조금은 지겹기 마련. 기분도 전환할 겸 이동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집에서 약간 떨어진 곳으로 밤 피서 장소를 바꿔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가볼 만한 대구 도심의 새로운 야간 명소 몇 곳을 소개한다.
■달서구 월광수변공원
총 부지면적이 1만2천여평으로 도원동에 있다. 밑에 벤치가 놓인 파고라 6개와 롤러스케이트장, 어린이놀이터 등 27종의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앞쪽으로는 도원지가 자리하고 있다.
호수 가운데에는 한번에 30분씩 하루 8번 물을 뿜는 음악분수가 설치돼 있다. 이 분수는 (주)연우(대표 김태연)가 5억원을 들여 만들어 달서구로 기증한 것. 일렬로 늘어선 분수 길이는 170m로 국내 최대 규모다. 분수의 물줄기는 최고 50m 상공까지 솟구치고 음악에 맞추어 40여가지 율동을 선보인다. 6색 조명과 어울리는 물줄기, 그 뒤로 아련히 보이는 스카이라인은 과히 환상적이다. 분수는 밤 10시가 되면 작동이 중단된다.
이곳서는 매월 1·3주 토요일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5명으로 구성된 아마추어 섹소폰 동아리인 '아름다운 멜로디 모임'이 밤 9시부터 2시간 동안 밤하늘 아래서 아름다운 선율을 들여준다.
공원 서쪽 월광교에서 출발, 삼필산 정상을 거쳐 못둑으로 내려오는 산행코스도 있다. 산행에는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공원과 붙어 있는 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들의 합창은 정겹기만 하다.
주차공간이 다소 부족한 게 흠. 현 주차장은 80여대밖에 수용 못한다. 공원 바로 입구가 좀 넓긴 하지만 버스 회차지인 만큼 차를 세웠다간 불법주차 단속에 걸릴 수 있다. 하지만 행정당국도 야간에는 대구보훈병원 앞쪽 도로 양쪽의 개구리 주차는 허용하고 있다
■수성구 월드컵경기장
'4강 신화'를 일궈낸 2002월드컵을 치르면서 대구의 최고 명소로 부상한 곳. 대구시가 월드컵과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를 대비해 자연녹지지역의 부지 1만5천여평에 조성한 곳인 만큼 주위 경관에 대해서는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차가 다니지 않는 곳엔 어디든 돗자리를 깔아도 무방하다. 경기장 주변으로 잘 닦여진 도로 옆 인도는 야간 조깅이나 달리기 연습코스로 인기다. 머리띠를 두르고 뛰거나 걷는 사람들이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
주경기장 바로 옆의 수변관 앞 광장에서는 인공연못 한가운데에 설치된 분수 물줄기를 보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고, 자전거나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어린이들을 부담 없이 풀어놓아도 된다. 경기장 정문 앞 광장은 인라인스케이트 동호인들 집합소. 마음껏 끼를 발산하는 젊은이들을 보노라면 한층 마음이 젊어진다.
최근에는 개봉영화만을 상영하는 자동차 전용극장인 시네월드컵(2개관)이 문을 열었다. 보조경기장 위쪽에 들어선 자동차 극장의 입장료는 탑승 인원에 관계없이 차 1대당 1만5천원. 연인들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들 때문에 극장을 찾기 어려운 젊은 부부들도 가족단위로 많이 찾고 있다. 식당과 휴게소도 갖춰져 있다.
이곳 기온은 대구 도심보다 4~5도 정도 낮기 때문에 밤 늦게까지 있으려면 긴소매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북구 운암지공원
구암동 함지산 자락에 있다. 부지면적은 5천400여평. 공원은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 분수가 설치되어 있는 운암지 주변에 조성됐다.
운암지엔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각종 물고기들이 노닌다. 개구쟁이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어른들에게도 구경거리다. 연못 안쪽 수면 위에는 수련, 노랑어리연꽂, 노란꽃창포 등이 자태를 뽐낸다. 연못 주위엔 정자, 벤치 등을 마련돼 있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목련, 청단풍, 왕벚나무, 이팝나무, 측백나무 등 다양한 수목은 자연학습원 역할도 한다. '소년소녀 가장돕기 공연'도 수시로 열려 어린이들에겐 자연뿐만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도 심어줄 수 있다.
공원 입구에서 1㎞ 정도 안쪽에 체육시설이 있다. 훌라후프, 역기, 아령, 철봉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어 솔 향기를 맡으며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살과의 전쟁'을 치르는 아줌마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다시 500m 가량 올라가면 함지산의 중턱. 이곳에도 역기, 훌라후프 등 각종 운동기구가 비치돼 있다. 가로등이 길을 밝혀주기 때문에 부담없이 오를 수 있다. 밤이면 매미 대신 귀뚜라미가 합창을 하며 귀를 즐겁게 한다.
■동구 금호강생태공원
동구청이 1999년 4월부터 2003년 6월까지 공근로사업으로 금호강변에 조성한 공원이다. 화랑교에서 아양교 하류까지 6.1㎞에 걸쳐 제방 아래쪽으로 잔디밭이 조성돼 있고 농구장과 축구장 등 각종 체육시설도 마련돼 있다.
약간 경사지긴 했지만 폭 30~70m로 조성된 잔디밭은 어린이들이 공놀이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페러글라이딩 동호인들은 이륙(離陸)연습장으로도 활용한다. 앉을 자리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파고라와 자연석 쉼터도 군데군데 설치돼 있다.
산책로와 조깅코스가 별도로 마련돼 있고 제2아양교를 건너면 망우공원과 동촌유원지로 바로 연결된다. 강 너머로 보이는 밤 풍경도 일품. 방촌동 강촌마을APT 부근에서 보는 야경이 특히 좋다.
강바람은 밤 10시까지만 불을 밝히는 가로등이 꺼지면 더 시원하게 느껴진다. 식수대가 따로 없기 때문에 마실 물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차는 제방 아래쪽 이면도로에 세우면 된다.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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