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이 11일 오후 2000년 4.13 총선때 거액의 현대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긴급 체포돼 정치권이 사정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민주당 함승희 의원이 국회에서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며 검찰책임론을 제기한 이후 검찰이 권씨를 전격 체포해 검찰과 여당의 '진검 승부'가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권 씨가 구 여권의 '돈 줄'로 통해 검찰 수사가 DJ(김대중) 정권의 실세에 초점이 맞춰져 민주당 신당 창당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정개 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현대비자금 정치권 유입 확인 = 권씨의 체포는 대북송금 특검 과정에서 박지원 전 문광부장관이 받았다는 현대 비자금 150억원 외에 의혹이 제기된 '+알파'의 전달창구가 현실화됐다. 그간 나돌던 현대가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구 여권 실세 등 4~5명에게 제공했다는 의혹을 검찰이 확인한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권씨가 돈을 받은 시점이 2000년 4.13 총선 때라고 밝혀 현대비자금이 민주당 총선 자금으로 전용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 회장에 대한 검찰의 가혹수사 논란이 현대 비자금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가변적이다. 검찰이 현대비자금 수사를 끝까지 정면돌파해 '정씨 자살 검찰 책임론 위기'를 극복하려 할 수도 있고, 이같은 정치권의 논란에 밀려 일정선까지 수사하고 '정치적' 타협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치권 회오리 = 권씨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특히 DJ정권의 실세였던 구주류의 동요가 컸다. 권씨를 통해 현대비자금이 민주당의 총선자금으로 전용된 사실이 확인되면 DJ정권이 치명타를 입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권씨가 받은 돈의 용처가 밝혀지면 구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인의 줄소환이 불가피해 민주당이 적잖은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당 주변에선 권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람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다.
동교동계는 맏형 격인 권씨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DJ측도 일체의 외부접촉을 끊고 침묵하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신당 변수 = 신주류에 밀리던 구주류가 전면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경색된 신당 논의가 다시 신주류 중심으로 회귀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구주류가 정치개혁의 대상으로 내몰려 입지 약화가 불가피 한 것이다. 그간 구주류가 현대비자금 수사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한 이유다.
그렇다고 신주류도 완전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16대 총선 당시는 일부 신주류가 막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기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신주류로 분류되는 386 의원이 권씨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는 설도 당 안팎에 나돌고 있다. 이처럼 신주류까지 현대비자금 사건에 휘말릴 경우 8월 전당대회는 사실상 물 건너가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한참 늦춰야 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당정 분리, 검찰 독립을 공언해온 노무현 대통령의 선택이다. 현대비자금의 정치권 유입이 확인된 마당이라 한나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여권내 분열도 가속화 할 게 분명해 검찰 수사를 마냥 방치할 경우 정국 혼란이 어디까지 치닫을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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