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응원 모습이라도 가까이서 봐야죠-애만 태우는 이산가족들

▨애만 태우는 이산가족들

대구U대회에 500여명의 북한 선수단·응원단이 온다는 소식에 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과 탈북자들이 가슴 설레고 있으나 아시안게임 때의 경험으로 봐 접촉은 불가능하리라는 생각에 안타까움만 더할 뿐 선뜻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평안남도가 고향이라는 김찬익(87)씨는 "마음은 있어도 나이가 많고 몸이 아파 움직이질 못해 TV로나 지켜봐야겠다"며 "남북이 서로 왕래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고 이런 일이 잦아지면 통일의 날도 좀더 빨라지지 않겠느냐"고 아쉬움을 달랬다.

박준오(35)씨는 지난 2월 첫 육로 여행을 통해 아버지를 모시고 6·25때 헤어진 북한의 친척을 만나러 다녀온 경우. "상봉 직후 한은 풀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대규모 선수단·응원단이 대구까지 오는 뜻깊은 행사를 못보시는 것이 그래도 아쉽다"면서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다"고 했다.

평양이 고향이라는 조경섭(80)씨는 "평양 사람들을 만나 고향의 변화된 모습이라도 전해듣고 싶지만 접근이 가능하겠느냐"면서 "그렇다면 마음만 아플 뿐 차라리 안보느니만 못하지 않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북한 사람들이 지나치게 선전에 매달리겠다는 목적을 갖고 오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북 5도민회 대구사무소 관계자는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지만 재정상태가 열악해 단체 관람은 엄두도 내지 못할 뿐더러 연세 많은 분들이 워낙 많아 움직이는데도 무리가 있어 경기장 관람 계획은 세우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구지역 탈북자들도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모임 온누리회 이복순 회장은 "회원들이 경기장으로 가 조용히 경기를 지켜볼 것이지만 별다른 응원 계획은 없다"며 "북한 동포들에게 말이라도 한마디 건네고 싶지만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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