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가슴에 품고 있던 소망을 이루는 순간, 지난 세월들이 눈앞을 스쳐갔습니다".
2004학년도 고려대 1차 수시모집에 합격한 김재남(41·대구시 달서구 두류2동)씨. 한창 배움의 길로 나아갈 열일곱 나이에 부모를 잃고 어린 동생을 돌보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벅찼기에 공부를 한다는 것은 그녀에게 '사치'였다.
가방을 메고 학교를 향하는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을 접고 험난한 삶의 현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섬유회사에 들어가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배우지 못한 한을 동생에게만은 물려주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뒷바라지를 마다하지 않았다.
결혼한 뒤에도 공부하는 남편을 내조하느라 책 한권 느긋하게 펼 여유가 없었지만 한시도 '배움의 끈'을 놓은 적은 없었다.
중학교 졸업 20여년만인 지난 2001년, 2년제 성인고교인 한남중·미용정보고에 입학했다.
"더 늦으면 안될 것 같아서 용기를 냈지요. 남편과 아들의 격려와 도움이 큰 힘이 됐습니다".
뒤늦게 배움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피우게 됐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공부에만 매달릴 형편도 아닌데다 영어, 수학을 이해하기가 간단치 않았다.
'뒤늦게 대학나와서 뭐하려느냐'는 주위의 시선도 김씨를 힘들게 했다.
그래도 만학의 열정을 꺾을 순 없었다.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책을 잡고 있을 때면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감이 밀려왔다.
"원서를 내는 것만으로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합격하고 나니 새로운 의지가 솟구칩니다". 영문학을 전공해 장차 아이들을 가르쳐 보고 싶다는 김씨는 "뒤늦게 이룬 꿈이니 만큼 열심히 공부해 그 배움을 여러사람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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