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예는 '생략미(省略美)'의 특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술입니다.
한국 서예가 화분에 꽃 한아름을 꽂는 것이라면, 일본 서예는 화분에 단 한송이만 꽂는 것이라고 보면 되죠".
12일부터 18일까지 봉성갤러리(053-421-1516)에서 개인전을 여는 일본 서예가 무라야마 가류(54·村山臥龍)씨는 "대구시민들에게 일본 서예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서예는 힘찬 필체를 보여주는 한국과는 달리, 아기자기한 맛과 여백(餘白)의 미를 중시하는 독특한 감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린시절부터 불교에 심취, 좌선(坐禪)을 통해 닦아온 '기(氣)'를 작품에 불어넣는다는 그는 도쿄에서 일가를 이룰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작가. 대학과 서예 모임, 문화교실 등에서 강의하고 있는 그는 "일본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작품만 팔아서는 생활을 할 수 없다"면서 "일본에서 대가로 대접받으려면 70,80대 나이가 되어야 하고, 그때쯤이면 생활고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내놓은 작품은 모두 90여점. 서체는 육체(六體:五體에 古文 포함)와 전각, 히라가나 등으로 다양하고, 깔끔하고 유려한 맛이 특징이다.
그는 150년전에 활동하던 스님시인 료칸(良寬)의 시를 소재로 많이 택했고, 그중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지향점과 비슷한 것 같아 '자연수순(自然隨順·자연에 순종하다)'이란 글귀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요즘 일본 서예가들도 쓰는 기술만 익힐 뿐, 서예가 마음을 닦는 도구라는 마음가짐이 부족합니다.
서예를 통해 인간수업(人間修業)을 한다고 생각하면 붓을 쥐는 것이 무척 즐거운 일입니다".
도쿄학예대학 강사, 일본총합서도연맹회장, 일본국제서법연맹이사장 등을 맡고 있는 그는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등에서 8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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