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소나무

소나무는 우리 민족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진 나무이기도 하다.

그것은 한국인의 생활을 지탱해준 나무다.

기둥·서까래·대들보 등의 건축재, 책장·병풍틀·벼룻집 등의 가구재, 소반·목기·제상·떡판 등의 생활용재가 모두 소나무에서 나왔다.

또 지게·쟁기·풍구 등의 농기구재와 연료재도 소나무에서 얻어진다.

소나무 진은 의약품 원료로, 소나무 속껍질로 빚은 송기떡은 백성들의 구황식품으로 한몫을 했다.

▲소나무는 생활의 수단이었을 뿐 아니라 정신세계를 지켜주는 수호목으로서의 역할도 컸다.

우리 조상들은 소나무 가지가 부정(不正)을 물리치고 제의공간을 정화하는 것으로 믿었다.

출산 때나 장 담글 때의 금줄에 숯·고추와 함께 솔가지를 꿰는 것은 잡귀와 부정(不淨)을 막기 위한 것이다

마을을 수호하는 신목(神木) 중에 소나무가 많고, 산신당의 산신목이 소나무인 것도 소나무의 높은 정신적 위상을 알려준다.

▲성주풀이 민속에도 소나무가 등장한다.

성주 신은 우리나라 가신(家神)의 으뜸 존재다.

자손의 생산과 건강을 돕는 삼신, 부엌과 불을 담당하는 조왕신, 집터를 관장하는 터주신이 모두 성주 신의 지배를 받는다.

성주 신은 본래 천궁에서 살다 죄를 지어 강남 제비를 타고 지상으로 유배되어온 신이다.

그 성주 신이 퍼뜨린 것이 소나무며, 소나무의 화신이 성주 신이다.

▲높은 기품으로 우리의 감성을 높여주고, 의식세계를 확대시켜준 것 또한 소나무다.

한국인의 기상과 충절을 소나무 이상의 한 마디로 표현할 바가 없을 것이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가 애국가에 등장하게 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한국적 정서의 발로다.

성삼문(成三問)의 '독야청청가'는 소나무의 충절을 읊은 시다.

강원도 영월의 장릉(莊陵)에서도 소나무의 충절이 설화로 남아 있다.

장릉 주위의 소나무들은 모두 장릉을 향해 읍(揖) 하는 모습으로 굽어져 있다.

이는 단종(端宗)을 애도하고 그에 대한 충절을 나타낸 것이라 여겨진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어제 저녁 현대 비자금 수백억원을 받은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한달 전에는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대선자금 비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고, 양길승 제1부속실장이 향응 스캔들로 청와대를 물러났다.

도무지 정치권 주변에는 깨끗한 뉴스가 생산되지 않는다.

얼마 전 모 민주당 인사는 말이 험한 전직 대통령에게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와 생수를 보내 말썽을 빚은 적이 있다.

우리 국민들이 이런 정치권에 선물해야 할 것이 있다면 소나무 가지 이상의 것이 없을 성싶다.

상의 윗주머니에 소나무 가지를 꼽게 해 잡귀와 부정을 물리도록 말이다.

추한 시국, 한심한 세태에 던져지는 소나무의 교훈이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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