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손님에게 이발 봉사라도 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거창군 거창읍 양평리에서 '창성이발소'를 운영하는 김창남(61)씨는 고향에서 농사일을 하면서 단골 손님들의 머리를 깎는 농부 이발사다.
월천초교를 나와 가난 때문에 어린 나이에 부산으로 내려가 머리깎는 일은 배운 그는 지난 62년에 이용사자격증을 딴후 고향인 양평리로 돌아와 한 곳에서 40여년간 이발소를 운영해 오고 있는 마을 터줏대감.
개업 당시만 해도 직원 3명이 몰려오는 손님들을 다 받을 수 없을 만큼 호황이라 밤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적잖은 대폿잔도 나누었다는 김씨는 "60년대엔 모두들 무척이나 가난해 머리가 길어도 깎기 어려웠다"며 "이발 봉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에 병원 등을 찾아다니며 수백명에게 무료로 머리를 깎아줬다"고 한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미장원을 찾고부터 머리깎는 손님이 없어 요즘은 농사일에 더 열중하고 있다.
섭섭함도 있지만 이따금씩 찾아오는 몇 안되는 단골손님들의 성화에 이발소를 그만 둘 수도 없는 처지.
손님 대부분이 친구 아니면 환갑을 넘긴 동네 어른들이고, 또 40여년간을 동고동락해온 단골들이 김씨 아니면 이발을 할 수 없다며 폐업을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씨는 1천200평이 넘는 딸기 비닐하우스 재배로 농사철엔 눈코뜰새 없이 바쁠때도, 손님이 온다는 연락이 오면 이발소로 달려가지만, 형편이 어려울때는 비닐하우스로도 찾아오기 때문에 하우스에서도 단골들을 맞아 머리를 깎아 주곤한다.
단골손님 김판조(64.거창읍 양평리)씨는 "김씨가 이발소를 그만두면 동네 어른들이 오리길이 넘는 읍에까지 가야 하는 불편한 점이 있다"며 "무엇보다 반평생을 맡긴 머리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에는 너무 섭섭해 폐업을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발을 천직으로 살아오면서 집안 장남으로서 장애자인 동생을 지금도 돌보면서 뒷바라지하고 있는 김씨는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이발 봉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거창.조기원기자 cho1954@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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