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을 한 공예품이 천년을 간다는 말처럼 혼이 담긴 작품은 세월이 가도 그 가치가 변하지 않습니다".
십장생 차숟가락, 연잎 찻잔 받침대, 차 집게, 다식판, 찻상 등 다도구를 주로 만들고 있는 목공예 조각부문 명장 권수경(46)씨는 오늘도 대구 불로동의 실개천 옆 작업장에서 대추나무나 박달나무 목재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벌써 이 일을 시작한지 30년이 넘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권씨는 작품 하나하나를 조금씩 다르게 조각하기 때문에 늘 새로운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몰입해서 그런지 권씨의 조각품엔 생동감이 넘친다.
십장생 차숟가락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슴이 뛰어다니고 학이 날아 다니는 것같은 활기를 준다.
말차 숟가락 손잡이의 연잎에도 고추잠자리가 노닐고 한쪽구석에선 청개구리가 숨어서 연꽃구경을 하고 있다.
연잎 찻잔받침대엔 연밥이 알알이 맺혀있어 차를 마시면서 작품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차맛의 은은한 향을 즐기면서 한결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권씨의 이러한 생기있는 작품성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일본에서 열린 2002 한·일 월드컵축구대회 공동개최 축하전시회인 '슈퍼코리아 엑스포'에선 작품이 매진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올해 5월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국제차박람회의 경우 다식판이 모두 팔려나가 나중에 따로 제작한 뒤 부쳐줄 정도였다.
권씨는 이밖에 사찰에서 주로 쓰는 경판, 도장 등 주문이 들어오는대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고교시절 우연히 길을 가다 조각하는 것을 보고 아름다움에 반해 견습생으로 시작한 작업이 어느 덧 30년이 됐다.
일반회사에 취직 한 번 안하고 이 작업에 집중해왔지만 항상 생활의 어려움이 뒤따랐다.
권씨는 "장이들은 하는 일이 재미있고 신이 나서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을 외면한 것 같아 가족들에게 늘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씨는 지난해 금오공과대학 평생교육원 겸임부교수직을 그만뒀다.
목공예작품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전통문양을 살려 명품 다도구를 만드는 권씨의 생활에도 활력을 기대해본다.
민병곤기자 min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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