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니버시아드 선수촌 이야기-(2)통역 봉사자

통역을 맡는 자원봉사자는 U대회 기간중 외국선수들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말, 태도 하나하나에 한국의 이미지가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통역 봉사자야말로 대구 이미지의 최전방 전도사인 셈이다.

선수촌에서 활동하는 통역 봉사자는 무려 526명이나 된다.

캐나다 메이폴리츠시 토마스 하니 세컨들리학교(Thomas Haney Secondly School)에 재학중인 신민자(18)양은 가장 어린 통역 봉사자 중 한 명이다.

대회 기간 동안 영국 대표단의 통역을 맡을 신양은 초등학교 졸업한 뒤 바로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캐나다 현지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다 지난달 대구에 온 신양은 "방학 동안 고향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큰 행사의 지원 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함께 자원봉사하는 언니들이 매우 잘해 줘 크게 만족한다"고 말했다.

신양은 지난 1일부터 선수촌에서 근무하면서 외국선수들의 입촌 절차를 안내하는 연습을 해왔다.

숙소, 위락시설 등의 건물 위치를 익혔고 시나리오에 따른 안내 연습도 꾸준히 했다.

원어민 수준의 발음 실력을 가진터라 다른 자원봉사자들에게 발음을 교정시키는 것도 신양의 몫이다.

신양은 "작은 일이지만 열성적으로 참여해 대구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대구 남구청에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는 정신호(20·외국어대 중국어과)씨는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중국어 통역 봉사를 하기로 했다.

근무 때문에 평일에는 저녁 시간에만 봉사할 예정. 정씨는 "지난해 월드컵때 학과 선배들이 전국에서 통역 자원봉사하는 것을 보고 U대회 때 나도 꼭 해보고 싶어 자원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퇴근 후에 일주일에 세번씩 아버지(51)가 운영하는 중국어학원에서 HSK(한어 수평 고시) 시험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며 통역에 자신감을 보였다.

얼마 전까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중국어를 가르치기도 했다는 그는 2008년 북경올림픽,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때도 자원봉사자로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정씨는 "중국 선수들을 친구 삼고 싶다.

특히 예쁜 여자 체조 선수들과 친해졌으면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멕시코 대표단의 통역을 맡은 정다운(21·여·경기도 의정부)씨는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남미 파라과이에서 10년을 살다 왔다.

파라과이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다 올초 총신대학교 유아교육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는 것. 정씨는 "파라과이의 교육 수준이 낮아 대학은 한국에서 다니고 싶어서"라고 했다.

친구 따라 지난해 말 자원봉사 신청을 한 정씨는 "한국에서 스페인어를 구사할 기회가 없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스페인어 감각도 유지했으면 한다"고 했다.

정씨는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친 뒤 파라과이로 떠났지만 집과 교회에서는 한국말만 사용한 탓인지 한국 발음이 또렷했다.

그녀는 "멕시코인 친구도 여럿 있어 멕시코 선수들이 낯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파라과이에서는 나이·성별에 상관없이 친구를 쉽게 사귀지만 우리나라사람들은 나이를 너무 따지는 것 같다"며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는 대학 졸업후 파라과이에서 유치원을 여는 꿈을 갖고 있다.

손은덕(25·대구 관음동)씨는 러시아 모스크바 '러시아종합예술대학'에서 발레를 전공하는 학생이다.

중학교를 마치고 유학을 떠난 뒤 2년에 한번 꼴로 대구를 찾는다는 손씨에게 이번 방문은 특별한 귀향으로 기억될 것 같다.

지난 해부터 계획을 세운 끝에 U대회 기간 자원봉사를 위해 대구를 찾았기 때문이다.

손씨는 지난해 7월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개최한 '한러 친선특급열차'에 참가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한국과 러시아의 친선교류를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9천939㎞를 운행하는 특급열차에 타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기회가 주어지면 한국에서 열리는 큰 행사에 많이 참석해 교류하고 싶다는 생각을 이때부터 갖게 됐으며 이후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한국에 오고 있다는 것. 모스크바보다 서울이 더 생소하지만 대구에 오면 편안함과 푸근함이 느껴진다.

손씨는 "한국 발레의 성장에 기여하고 싶고 한·러 교류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회 기간 동안 호주 대표단의 통역을 맡을 박정민(24·계명대 건축공학과 4)씨는 졸업·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을 시기지만 이번 대회 만큼은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녀는 "월드컵 당시 자원봉사로 참여했던 친구들이 큰 보람을 느꼈다는 말을 듣고는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대학 2학년 때 호주에 1년 동안 어학연수를 다녀온 뒤 방학이면 외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나 대화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녀는 자신의 집과 선수촌이 불과 10m밖에 떨어지지 않아 대회 기간 동안 선수촌에서 밤늦게까지 자원봉사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녀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어학 실력을 한 단계 더 높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듣기 실력을 더 늘리겠다는 것. 박씨는 "졸업을 앞두고 토익 성적이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자원봉사 참여를 통해 영어 점수도 올리고 대회 성공에도 도움이 되면 일석이조 아니겠냐"며 환하게 웃었다.

차규홍(36·대구 황금동)씨는 태국어 통역 자원봉사자로 태국 여자 농구팀을 담당하게 된다.

골프 관련 사업을 하면서 업무차 태국 방문이 잦아 자연스레 태국어를 익히게 됐다고 한다.

차씨는 "2년 가량 태국에 머물렀다"며 "태국어가 희소성이 있어 자원하게 됐다"고 했다.

그가 맡은 선수들이 젊은 여자 선수인 만큼 그들의 기분까지 맞춰주는 등 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그들의 감성까지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선수들과 함게 대구 근교를 관광하는 등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해줄 생각이다.

차씨는 "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만큼 태국 선수들도 대구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불어를 전공한 진주희(22·대구 용산동)씨는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라는 소국 선수단의 통역을 맡았다.

선수가 3명밖에 오지 않지만 진씨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는 설렘으로 가득하다.

50여종족의 아프리카 원주민들로 이뤄진 작은 나라인 코트디부아르는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은 영향으로 불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진씨는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아프리카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냐"며 "선수 수에 구애받지 않고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진씨는 대학시절 프랑스인 교수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불어 실력을 닦아왔다.

진씨는 "지난해 월드컵 때도 통역 자원봉사를 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며 "대구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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