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숙원 '선물'없어 실망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막식 참석차 13일 경주와 포항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에 대한 관심을 거듭 표명하는 등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애정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낮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경북도민과의 대화에서 "경북사람들은 맨날 대구 가서 만나나, 경북에는 안오나 하고 서운해 해서 왔다"면서 "이번 엑스포행사도 중요하지만 경북에서 이의근 지사와 여러분들이 '안오면 재미없다'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오찬에 참석, 헤드테이블에 앉아 있는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을 직접 지칭하면서 "오늘 이 의원께서 자리를 함께 해주셔서 기분이 좋다"면서 "(야당과)싸우는 것 같아 안 좋은데 사실 지방 와 보면 야당의원들이 와주시면 마음이 좋아진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이런 자리에 와서 기본적으로 중요한 대부분의 일은 서로 협력해서 하고 남은 일들을 따지고 잘하자 그런 점에서 좋은 것"이라며 거듭 고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엑스포행사 참석 후 가진 두 차례의 지역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제기된 지역현안들에 대해서는"대개 오래전부터 주장해왔고 사업의 필요성이 인정된 사업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선에서 답변했다.

노 대통령은 경주엑스포 공원을 상설 종합문화공원으로 운영하는 데 대한 정부지원 요청에 대해서도 "문화부장관이 타당하다고 한다면 지원하는 정부구조를 갖고 있다.

장관이 더 힘을 갖고 있다"며 이창동 장관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지역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의 첫 방문이라는 점을 들어 영일신항만 지원확대 및 조기완공이나 동해중부선 철로 조기가설 약속 등 숙원사업에 대한 구체적 지원방안이 담긴 몇개의 '선물'을 기대했으나 특별한 내용이 없자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

○…경주엑스포 개막식 직후 저잣거리를 둘러보던 노 대통령은 관람객들이 노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를 보이자 징을 쳐보기도 하고 탁본을 뜨던 학생들을 격려하기도 하는 등 10여분동안 행사장을 둘러봤다.

이어 노 대통령 내외는 주막에 들러 이의근 지사, 백상승 경주시장과 한 테이블에 앉아 막걸리에 파전을 안주로 '천마의 꿈을 위하여'라며 건배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날 오후 경주에서 헬기편으로 포스코에 도착, 이구택 회장 등과 민영화 이후 포스코 주변의 환경변화 등을 소재로 잠시 환담한 뒤 포항제철소 현장을 방문. 노 대통령은 스테인리스 제3공장을 둘러보고 현장 근로자들과 '민영화 이후에도 공기업적 요소가 있는가','포스코의 신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는가' 등등 구체적 관심을 표명.

○…포스코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포스코가 협력업체문제를 함께 끌고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감동을 받았다"며 "포항을 잘 온 것 같다"고 포스코와 협력업체간의 상생의 관계를 칭찬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한국의 노동운동에서 가장 강경한 것이 민노총인데 협력업체나 비정규직에 비해 2~3배 받는 사람들이 노동운동을 밀고나가면서 그들의 지위향상을 요구하는 것은 좋은데 노동자들 사이의 격차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정부는 부득이 법과 힘으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인과의 대화를 마친 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지역인사 200여명이 개인소득 2만달러시대 달성의지를 담아 서명한 사인보드에 마지막으로 서명해 눈길. 이날 사회를 맡은 김정원 포스코 전무가 "지역경제인들이 결의를 다진 사인보드 서명에 함께 동참해 주신다면 큰 영광이자 격려가 될 것"이라고 건의하자 노 대통령은 흔쾌히 수락했고 참석자들은 박수로 답례한 것.

○…13일 오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한 노대통령이 이날 오후 포스코를 방문한 것을 두고 포항지역에는 말들이 많다.

핵심은 포항시장을 지낸 박기환 청와대 지방자치비서관과의 관계. 특히 포스코 국제회의장에서 있은 '지역경제인과의 대화'에 참석한 초청대상자 선정은 박 비서관이 청와대 의전팀과 의논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포항시청 한 간부는 "지방분권을 주창하는 참여정부가 대통령의 자치단체 방문에 해당 자치단체와 사전에 한마디 상의조차 없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이날 초청되지 않은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들도 "참석자 중에는 경제인이 아님에도 불구, 박 비서관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 참석한 걸로 알고 있다"며 초청자 선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한편 박 비서관은 대통령의 포항제철소 견학시 대통령을 가까이서 수행,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도 간담회 말미에 "지역의 어려운 점이 있으면 통로 역할을 하는 사람을 통해 건의하라"며 은근히 박 비서관에 힘을 실어줬다.

박 비서관은 내년 총선에서 포스코가 있는 포항남.울릉지역구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성남.서명수.박정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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