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소기업에게 현대차 노사안으로 대변되는 근로조건 저하없는 주5일 40시간 근무는 생사여탈권을 뺏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엄연히 경영조건이 대기업과 판이하게 열악한 중소기업이 원하는 주 5일제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단계적 실시'이다.
지역 제조업체들도 주 5일제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실시 시기와 운영 방식이 문제라며 대응책을 모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 5일 근무 도입 시기는
주 5일 근무의 법제화 여부는 이달 안으로 가려질 전망이다. 여야 3당 총무는 노사정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18일 환경노동위 전체회의와 20일 본회의를 열어 정부안을 중심으로 약간의 수정 작업을 거쳐 주 5일 근무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했다. 주5일제와 관련해서는 크게 세갈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양 노동계(민노총, 한노총)는 2005년까지 전 사업장 전면실시를, 정부는 2010년, 재계는 2012년까지 단계적 실시안을 내놓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87년 법정근로시간을 주 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했지만 제조업 및 영세업체 보호를 위해 법 개정 11년만인 1999년에야 주 40시간(주 2일 휴일제)근무를 전 사업장으로 확대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예외기업도 있다. 바로 10인 미만 상업, 영화.연극업, 보건위생업, 접객오락업 등 4개 특례업종은 2001년 4월부터 44시간제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은 '주 2일 휴일제' 채택 여부도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한다. '주 2일 휴일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 기업은 2001년말 현재 33.7%에 불과하다. 규모가 작을수록 주 2일 휴일제 채택 비중이 낮아 100~300명 기업 40.6%, 30~100명 기업은 28.1%만 도입하고 있다.
미국도 근무형태나 교대방식 등에 따라 자유로운 주 40시간제를 채택했다. 1938년 주 40시간제를 입법화한 미국에선 70년대 이후 주5일 관행이 일반화돼 제조업체 대부분이 주 40시간 근무제를 채택했지만 업종 특성상 거의 모든 업체들이 2주 단위 탄력적 근로를 실시하고 있다. 또 24시간 공장가동업체로 주 6일 또는 7일 영업하는 회사 근로자들은 휴무일이 일률적이지 않고 매우 다양하다.
◇주 5일 근무 도입의 전제조건은
1994년 독일 폴크스바겐사는 경영 악화로 전체 근로자의 3분의1을 해고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노사 양측은 인력 감축 대신 노동시간을 20% 단축하고 실질임금은 약 10% 정도 삭감하는 것에 합의했다. 실직을 막기 위한 '일자리 나누기'차원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실시된 것으로 IMF 때 우리나라도 인력감축을 전제로 한 구조조정 대신 폴크스바켄 모델을 도입해야하지 않느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선진국은 임금 결정을 노.사 자율에 맡겨왔다. 일본은 법정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그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근로자와의 서면협정에 의해 주 15시간, 월 45시간 연 360시간 등 1년을 상한선으로 하는 탄력근로제를 실시했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 문제도 법에 규정하지 않고 각 사업장에서 노사간 협약으로 해결한다.
프랑스와 독일도 근로자, 고용주, 정부의 비용분담 합의 하에 근로시간을 단축했다. 1998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프랑스 경우 영세업체들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 세제 지원 혜택을 부여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는 "임금삭감을 수반하지 않은 근로시간 단축은 인건비 인상과 인플레를 유발해 중장기적으로 고용창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업종, 직종, 지역별로 샘플을 정해 주 5일 근무를 시범 실시한 이후 점차 확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지역 제조업체 살아남으려면
실시 시기가 문제일뿐 어떤 식으로든 향후 10년안으로 주 5일 시대는 도래한다.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지역 제조업체들의 경쟁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가장 시급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은 산업구조 고도화다.
이춘근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지역 주력업종인 섬유업체 대다수가 1년 내내 기계를 돌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일반 범용성 제품 위주의 대량생산체제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며 "다품종 소롯트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체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섬유 등 전통 제조업계가 하이테크 산업화하지 못할 경우 사업을 포기 또는 매각하거나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고, 물류비 증가를 막기 위한 프로세스 개선, 개인 성과와 급여간 연동 강화, 팀 및 사업장별 인센티브 체제 확대 등 시간당 부가가치 증대를 위한 기업들의 경영 혁신 노력이 필수"라는 삼성경제연구소 이재원 수석연구원은 "정부도 규제 완화와 투자 인센티브 부여 등 특단의 조치를 통해 기업활력을 높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철수 민주노총대구지부 정책기획국장은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주 5일 근무를 도입할 경우 중소 제조업체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인력난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중소.영세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세제 지원이나 복지 강화를 통해 주5일 도입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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