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이라크 한 여객기 탑승 "혹시..."

아프리카 등 멀리서 대구를 찾아오고 있는 선수단들이 꼬박 이틀이나 길에서 보내는가 하면, 전쟁으로 맞섰던 이라크 선수단이 미국 선수단과 대구행 국내선 여객기를 함께 타는 바람에 대회조직위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등 갖가지 사연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라크팀 서포터스 환영에 감격

인천공항을 출발해 지난 16일 오후 8시10분쯤 대구공항에 도착한 이라크 선수단 6명은 20여명의 시민 서포터스 회원들과 시민들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서포터스는 '알라 아쿠반'(신은 위대하다)이라는 아라비아 문자가 새겨진 이라크 국기를 흔들며 환대했고, 압둘 알키림 자말 선수단장은 이에 감동한듯 한 서포터스 회원의 손을 덥썩 잡았으며 짧은 순간이었으나 눈빛을 통해 따뜻한 정이 오갔다.

한국인을 한번도 본 적 없다는 유도선수 후세인 오다이 타리크(21)씨는 "긴 여행이었다"며 "전쟁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서포터스 회원 양충만(36·대구 동인1가)씨는 "전쟁으로 많은 난민들이 곤경에 처해 있는 만큼 선수들이 힘을 내도록 최선을 다해 응원하겠다"고 했다.

서포터스는 의약품 및 학용품 선물하기 운동을 벌여 16일 당일까지 기초의약품 2상자와 30만원 상당의 학용품을 모았다고 했다.

이라크 선수들이 보고 싶어 공항을 찾았다는 권승희(20·여·대구 감삼동)씨는 "전쟁으로 분위기가 침체됐겠지만 힘을 내 좋은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고 했다.

권씨는 21일 개막식 때 토고 국명 피켓을 들고 입장토록 내정된 경우.

한편 이라크 선수단은 미국 선수단 21명과 함께 같은 비행기로 인천공항을 출발했으며, 이때문에 대회조직위 출입국 대책반은 이들의 기내에서 멀리 떨어져 앉도록 좌석 배치에 마음을 쓰고 대구 도착 후에도 이라크팀이 먼저 수하물을 찾도록 함으로써 두 팀이 마주치지 않게 각별히 신경 썼다.

관계자는 "행여 돌발 사태가 일어날까 봐 마음을 졸였다"고 했다.

▨멀고먼 아프리카

지난 15일 오전 11시쯤엔 르완다 선수 3명이 대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대구까지의 길은 멀고도 멀었다.

내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르완다에서 선수단 3명이 수도 키가리를 떠난 것은 지난 13일 오전 6시40분.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 태국 방콕, 인천공항 등을 거치느라 무려 41시간만에야 대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행거리만 1만3천km. 지구를 3분의 1이나 돌아온 것이다.

오랜 여정으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난생 처음 보는 이국 풍경이 신기한듯 선수들은 연신 주위를 살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사정이 비슷했다.

같은 날 입국한 우간다 선수단은 독일을 거쳐 2만km나 날아왔다고 했다.

육상선수 토니 오켈로(21)씨는 "한국까지 오는데 사흘이나 걸렸다"면서 "한국의 공업기술 수준이 높고 도시가 잘 정돈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을 처음 찾는다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도나티엔 구엔구엔 선수단장은 "30시간 동안 지구를 반 바퀴나 날아왔지만 마치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라고 했다.

머나먼 여정 끝에 대구에 도착한 아프리카 선수들은 예상치 못한듯 서포터스와 시민들의 따뜻한 환대에 어쩔 줄 몰라했다.

탄자니아 육상선수 폴 타티 마키아(21)씨는 서포터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는 "가져가도 되는 것이냐"고 물으면서 "great!"를 연발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탄자니아 선수는 시민들의 환호에 일일이 답례하다 선수촌으로 가는 수송차량을 놓치기까지 했다.

한편 대회조직위와 FISU는 수단·소말리아·르완다 등 국민소득이 2천 달러 이하인 저개발국가 국가 선수단에 대해서는 3명까지 항공료와 체제비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료는 FISU에서, 선수촌 숙식비는 대회조직위에서 부담한다는 것. 조직위 관계자는 "지원 받는 국가가 110여개국에 이르고 총 지원 규모는 40만~50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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