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구 '외인구단' U대회 '반란'을 꿈꾼다

'우리의 반란을 지켜보라'

실업팀의 점지를 받지 못해 '외인구단'으로 재무장한 한국여자배구팀이 2003대구하계U대회에서 무명의 반란을 꿈꾸고 있다.

여자대학배구대표팀은 동해대와 이화여대팀에서 뽑은 단촐한 팀. 12명의 엔트리 가운데 3명은 고교 졸업후 실업팀의 지명을 받지 못했고, 다른 선수들 중 일부도 1~2년의 짧은 실업팀생활을 벤치에 앉아 보냈다.

두 팀 뿐이어서 여자 대학배구 정기 연맹전에서도 단 1경기만 치러 우승팀을 가리는 실정. 그러나 한국배구 최고의 지략가로 불리는 진준택(53.동해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대구U대회에서 무명의 설움을 씻는 기회로 만들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여자대학배구는 이경수(24.LG화재), 권영민(23.현대캐피탈) 등 국가대표 선수가 5명이나 포진한 스타군단 남자대학 배구팀과는 선수들의 이름값이나 경력에서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그나마 낯익은 얼굴은 한때 국가대표 리베로를 맡아 80%대의 서브 리시브율을 자랑했던 현대건설 출신의 김희경(25.이화여대) 정도.

특히 이화여대 소속 5명 중 김희경과 김혜영(25), 김미연(26)은 남들이 대학원을 졸업하는 24~25세에 대학 문을 두드린 늦깎이 여대생이다.

이들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느라 눈코 뜰새없이 바쁜 '일반 대학생' 선수들로 한동안 코트를 떠났다 다시 돌아온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한배구협회 송만기 경기이사는 "대구U대회에 출전하는 여자배구팀이 경기력에서 국내 여고부 상위권 팀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지만 국내 최고의 조련사로 불리는 진준택 감독이 그동안 공을 들인 만큼 예상보다 좋은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

진감독은 89년 역대 최연소(41세) 대표팀 감독을 역임한데 이어 90년대 스타가 없던 고려증권(98년 해체)을 조직력으로 무장시켜 슈퍼리그 6차례 제패의 위업을 달성했던 최고의 승부사.

진감독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진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팀은 조직력이 좋아 어느 팀과도 한번쯤 승부를 겨뤄볼만 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여자배구팀은 이번 대회 한국선수단 중 가장 먼저 선수촌에 입촌했고, 여장을 풀자말자 대구체육관 등에서 마무리 훈련에 나서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채수기자.cslee@imaeil.com (사진설명)U대회 배구경기가 열리는 대구실내체육관. 정운철기자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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