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 대통령 -대구.경북 언론인 일문일답

노무현 대통령은 19일 매일신문을 비롯한 대구.경북지역 7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지방분권을 주제로 한 회견에서 "참여정부에서는 균형발전을 중요한 국가의 목표로 삼고 추진해 나가고 있으며 대단히 많은 국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자체의 발전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대학과 시민사회, 경제계를 묶는 지방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노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사상 최대규모가 예상되던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불참을 시사, 찬물을 끼얹었다.

대구 U대회가 원만히 이뤄지도록 노 대통령이 북한의 참여를 설득할 생각은 없는가.

▲이번 경우는 우리가 빌미를 주었다.

특히 대구 U대회를 앞두고 인공기와 김정일 초상화를 훼손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U대회는 굉장히 중요하다.

다소 비판받을 각오를 하고 성의를 다했으니 이제는 잘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계속 설득하겠다.

-대구시와 경북도, 두 지역의 효율적 발전과 시너지 효과를 배가시키는 차원에서 시.도통합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한 대통령의 견해는 무엇인가.

▲마음으로는 사실 끄집어 내고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지방에 관한 문제를 중앙정부가 끄집어내면 논쟁의 소지가 생겨난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 구역이라는 게 옛날 농경시대 우편배달부가 편지 배달하던 시절에 만들었다.

지금은 온갖 정보통신이 발달해서 정보교류가 즉시 이뤄진다.

고쳐져야 한다.

큰 시.도를 통합하고 행정단계를 줄이는 방법이 있고 생활권별로 도를 좀더 세분하는 방법이 있다.

전체를 세분화하는 방법은 논란이 많다.

먼저 쉬운 것이 시.도통합이다.

지방에서 큰 이의가 없으면 중앙에서 돕겠다.

그러나 지방에서 논쟁이나 갈등이 있을 것 같아 우려된다.

주민투표법 만드는 이유가 지방의 문제를 지방이 결정할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다.

-참여정부가 마련중인 '지방분권 로드맵'은 국가 판도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제2의 건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이 계획이 실천된다면 지방을 살리면서 국가전체의 발전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시너지효과도 있을 것이다.

최우선 과제인 재정확충 방안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논의되던 것보다 근본적, 획기적으로 분권을 추진할 생각이다.

국세 중 지방이 55%, 중앙이 45% 쓰고 있다.

문제는 지방이 쓰는 55% 중 교부금을 제외한 다른 재원은 전부 환경, 도로, 위생 등 꼬리표가 붙어 있다.

1단계로는 지방재정의 자주권을 확대하고 중앙권한을 지방으로 이전하는데 따라 재정도 이전, 재정자치도 확대시키도록 하겠다.

한꺼번에 하면 엉켜서 풀리지 않는다.

우선 자주권을 높여놓고 양적 확대를 이루겠다.

그러면서 중앙정부 사업비를 계속 지원하겠다.

단 일정 기준에 따른 자주재정은 물론이거니와 낙후지역 지원을 위한 특별근거를 만들겠다.

지방교육이나 경찰부분은 자치제도와 관련,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업무가 이관되면 재정이 자연스레 따라가도록 조치하겠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대 졸업생들의 취업난은 더욱 심각하다.

지방분권시대에 지역의 두뇌역할을 할 지방대학 육성방안은 무엇인가.

▲우선 약속드린 것이 지방대학 인재할당제였다.

그러나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공공기관밖에 없다.

그것만으로 지방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지방대학 출신이 그 지역 산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 지방대학과 지방산업의 발전, 내지 밀접하게 협력해서 지방대학이 산업을 살릴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려 한다.

그러나 지방대학이 프로그램을 내놓아야 한다.

프로그램이 없으면 지원할래야 할 수가 없다.

지난번 대구에 가보니 경북대에서 창업지원 센터를 가동하고 있더라.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폭넓게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전폭적 지원할 생각이다.

-대구를 동남권의 연구개발 중심지로 육성하자는 논의가 대구.경북지역에서 크게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대구.경북 과학기술원(DKIST)' 설립과 외국인 투자유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정부투자 할 때 효율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과학기술연구원에 관한 문제는 각 지역에 크든 적든 연구소들이 있다.

대구.경북이 빠져 있다.

그 부분은 긍정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

효율성이 없는데 정치적 배려 하는 것은 문제 있지만 효율성이 비슷하고 필요성이 있정되면 적극 지원하겠다.

-섬유산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다.

더욱이 섬유산업은 대구지역 전체 제조업 생산의 28%를 차지하는, 여전히 대구의 주력산업이다.

따라서 밀라노 프로젝트에 이어 '포스트' 밀라노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지원규모 축소 등의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방침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장기적 국가운영을 위해서는 합리성이 담보돼야 한다.

섬유산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다.

기왕에 상당한 투자가 이뤄져 전국적인 섬유수출이 줄었으나 대구는 조금 상승했다.

기술적 수준이 높은 분야는 택일해서 투자를 늘리겠다.

-제4차 국토개발계획에서 동해안권의 SOC사업이 2010년 이후의 장기사업으로 밀려나면서 통일과 21세기 환태평양 시대에 대비한 동해안 개발청사진이 표류하고 있다.

심지어 포항 영일만 신항은 여건이 양호한데도 정치논리에 밀려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역학계의 지적도 있는데 정부의 입장은.

▲정치논리에 밀렸다는 말은 쉽게 동의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그것을 증명하기 어렵고 표현하기 어렵다.

어떻든 지난 5년간 영일만 신항은 그렇게 소홀하지 않았다.

방파제 부분은 본 공사보다 앞서 진행되고 있고 일반 부두도 정부가 착공, 공사가 진행중이라고 들었다.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다.

삼척~포항 철도, 울진~포항간 고속도로는 각별히 신경써서 1년이라도 더 단축시켜 완공되도록 하겠다.

특히 철도는 북핵문제 풀리면 더 촉진될 것으로 보고 준비하도록 하겠다.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한국지하철공사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국회에서 한창이다.

공사설립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과 지하철 건설비 국고지원 불균형분의 조속한 해결의지를 밝혀달라.

▲지하철 지원에 과거 불균형이 있었다.

이제는 해소된 지 오래다.

이제는 불균형이란 말은 사실에 맞지 않다.

아직 다 돈을 드리진 못했지만 약속시간에 따라 지원되고 있다.

다만 지하철에 대해 전국적으로 50% 지원하고 있는데 지자체에서 부담하기 어렵다.

문제는 정부가 지원을 늘려달라는 것이다.

의원입법으로 추진중인 한국지하철공사법과 관련, 정부내에서 깊이 있는 토론은 거치지 않았다.

그러나 원론적으로 분권에 반한다.

분권과 자치에 맞게 하고 중앙정부가 돈을 더 내는 방식이 맞다고 본다.

의논을 더해야 되나 기본적인 생각은 돈을 주고 경영은 지자체가 맡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생각한다.

-지지율 저하 원인은 무엇인가.

▲시간을 기다려 달라.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결과로써 평가를 받을 생각이다.

총선얘기도 많이 하는데 총선을 염두에 둔 정부나 대통령이 지금까지 성공한 일이 없다.

그래서 총선은 국민에게 맡기고 실무적인 정부, 정치적 관점에서 보는 것과 행정적 관점에서 중요성이 상당히 다르다.

위기관리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는데 보이지 않는다.

국정조정 시스템, 사회갈등 시스템까지 차분하게 실무적으로 챙길 것은 챙기겠다.

그다음 국정과제 개혁들, 그중 분권이 가장 핵심과제다.

또 인사문제, 재정구조, 정부운영에 관한 모든 분야에 대외적 수술을 하고 있다.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정부내 부처이기주의나 갈등 탓에 손대지 못한 행정핵심이 이번 정부내에서 갈등없이 잘 추진되고 있다.

하다보면 평가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표를 받아야할 정치인인데 이제는 표를 받지않는 행정가이기에 차분하게 일할 생각이다.

-노사갈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참여정부의 노사정책의 기본이 무엇인지 정체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 노조의 파업을 보면 약자로 규정하기 어렵지 않나 하는 느낌도 있다.

노동정책과 노사관을 명쾌하게 정리해 듣고 싶다.

▲그것도 결과로써 나중에 증명할 생각이다.

잘 될 것이다.

어떻든 이전 어느 정부보다 참여정부 시절, 노사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가장 적었다 내지 덜준 정부라고 평가받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기본 원칙은 합리적인 제도, 그리고 그 제도에 따라서 법과 원칙대로 정부는 노사관계를 관리해 가고, 노사는 서로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를 가져가야 한다.

노사 양쪽 모두 줄것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고 본다.

올해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한다.

하반기에는 상반기 제시됐던 국정운영 방향을 구체적 정책으로 정착시키겠으며 노사관계를 풀겠다.

지금 현재 노동자 요구가 부담되는 상황이다.

대폭 줄여야 한다.

사용자만 몰아붙이기 보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정부와 기업에 대해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자세전환이 필요하다.

-여권의 신당추진이 정치권의 발목을 잡고 있고 한나라당도 신당 간여에 반대입장을 밝히는 등 신경을 부쩍 쓰고 있다.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이 주축이 되는 정당의 탄생을 보고싶은게 솔직한 심정이 아닌지.

▲국민에게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당을 지배하지 않겠다, 공천권을 갖지 않겠다고 누누이 약속했다.

심지어 책임총리제 약속까지 했다.

실제 제도적으로 사회권도, 공천권도 없다.

신당을 이래하라 저래하라 해서 효과가 있나. 지금 정당을 좌지우지 하기가 어렵다.

적절하지 않다.

또 총선 좀 잊어버리겠다.

실감나지 않지만, 청와대 돕는 참모가 나가는 것은 그 자신의 일이다.

그분들이 다 당선되는 것도 아니고, 당선돼서 대통령 돕겠다는 마음은 있겠지만 자기 길 가는 것이다.

억지로 과반수 만들기보다 차라리 소수파로 원칙을 고수하면 떳떳하다.

과반수 연연하지 않고 대통령은 제할 일을 하면 된다.

서명수.김태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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