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Viva! 대구-대구 민속연극제

'울라마니 울라까. 까가말까'.

20일 오후 8시를 넘긴 시각. 두류공원 한편 대구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는 낯선 말소리들이 연이어 터져나온다.

그리곤 흥겨운 북소리. 온몸을 타고 오르는 즐거움에 자리에 앉아 엉덩이를 들썩이던 관객들은 마침내 하나둘 '체면'을 뿌리치고 무대에 올라 낯선 이방인들과 하나가 된다.

이제부터는 어둠을 가르는 신명나는 '축제판'.

U대회 기념 대구국제민속연극제가 열린 지난 16일부터 대구 문예회관은 밤마다 '신명'으로 달아오른다.

이날 무대에 오른 팀은 서부아프리카 아이보리코스트에서 온 '야멜 공연단'. 꼬박 4일 동안 비행기를 5번이나 갈아타고 대구땅에 왔다는 이들은 오랜 '여독'을 털어내려는 듯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우리말로 '울라마니 울라까'는 '공연이 마음에 드느냐'는 뜻. '까가말까'는 '같이 즐기자'는 말이란다.

1시간의 공연동안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던 1천여명의 관객들은 이들의 열정에 답이라도 하듯 '까가말까'를 힘껏 외쳤다.

아시아 공연은 처음이라는 야멜팀의 루이즈 아쓰(39·louis asseu) 단장은 "오랜 여정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연극제의 수준이 높다"며 "5명 단원들이 어느 공연보다 온힘을 다해 무대를 마련했다"고 웃는다.

한편 루이즈씨와 단원들은 낯선땅 한국에서의 뜻밖에 만남에 더욱 흥이 올라 있었다

U대회 조직위 국제부에서 근무중인 고국 출신 바카리(29)씨를 만난 것.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재원인 바카리씨는 한국에 반해 지난 99년 대구계명대에 유학와 이제는 그의 말대로 '대구 싸나이'가 된 경우.

그는 이날 야멜팀 공연에 앞서 사회자로 무대에 올라 공연 내용을 소개하고 공연이 끝난뒤 벌어진 '춤판'에서는 화끈한 대구사람의 기질을 보여주었다.

바카리씨는 "고향이나 다름없는 대구에서 U대회가 열려 누구보다 기쁘지만 특히 이곳에서 동포들을 만나니 정말 대구가 국제도시가 된 듯하다"고 너스레 웃음을 지었다.

세계인이 모이는 '축제의 장'이 된 대구. 22일까지 이어지는 민속연극제에는 이들외에도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과 싱가포르에서 모여든 공연단들이 국경과 이념을 넘어선 '인류애'를 나누고 있다.

지난 14일 중국 산동성 경극단 공연때는 갑작스런 소나기를 만나기도 했지만 3천여명의 관객들을 위해 경극단측이 공연을 자청하기도 했다.

행사를 주관한 대구연극협회 박현순 회장은 "풀먹인 의상 한벌이 젖으면 단원 연봉(200만원)을 버리게 된다며 걱정하면서도 '시민들의 열정'을 져버릴수 없다며 공연을 감행하다 결국 한명이 미끄러운 무대에 넘어져 부상까지 당했다"며 무대의 감동을 전했다.

연극제 시작 이후 대구문예회관을 찾은 시민은 줄잡아 3만여명. 이들의 박수 소리 속에는 어느듯 성장한 '문화도시 대구'와 '희망섞인 미래'의 모습이 담겨 있는 듯 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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