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민족화해의 U대회

개막식을 하루 앞둔 어제, 대구는 축제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화합의 성화가 대구에 도착해서 그랬고, 못 온다던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들어와서 더욱 그랬다.

밤의 전야제 역시 열광의 한마당이었다.

세계의 이목도 대구로 집중되고 있다.

위기에 내몰렸던 대구 U대회가 사상 최대규모의 세계 대학인 축제로 환하게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북한의 참가 결정은 참으로 다행스럽고 잘된 일이었다.

북한의 참가는 대구 U대회 성공의 핵심 요건이기 때문이다.

남한에서 치러지는 세계인의 축제에 북한이 참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나라가 참가하더라도 북한이 불참하면 반쪽 대회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불참은 곧 대구 U대회의 실패요, 대구의 실패로 귀착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오랜 경기불황과 지하철참사로 어둡고 힘든 날들을 보내야 했던 대구 시민은 U대회의 성공을 한마음으로 기원해 왔다.

대구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250만 시민 모두가 U대회 준비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랬기에 북한이 불참을 시사했던 지난 이틀 동안 대구는 허탈과 침통 그 자체였다.

북한의 참가 결정을 이끌어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적절한 결단이었을 뿐만 아니라, 대구 시민에게는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참가가 대구와 U대회를 위해서만 다행인 것은 아니다.

민족사적 의미도 작지 않다.

북한은 우리와는 대결의 상대이지만 화해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물론 계속 싸우기만 할 것이라면 북한의 U대회 참가를 성사시켜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것은 남북간 적대 관계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일부 극우 냉전세력의 논리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 적대 관계를 해소해 가면서 화해와 협력의 관계를 다져 가는 중이다.

북한이 우리에게는 대결의 상대면서도 숙명적으로 화해의 파트너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북한의 U대회 참가는 꼭 성사시켜야 할 숙제임을 부인할 수 없다.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함께 땀흘리며 어우러지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응원하는 체험을 공유하는 것은 민족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향한 소중한 거름이 될 것이다.

특히 최근 남북간, 북미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반도는 세계인의 걱정거리였다.

이런 때에 남한에서는 인공기가 불타고 북한이 그것을 이유로 대구 U대회에 불참하는 것은, 남북화해와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 모든 지성인의 좌절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곧 대구 U대회의 실패요, 대구의 실패이자 한민족의 실패가 될 것이다.

어쨌든 북한의 참가로 대구 U대회는 치명적인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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