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 선수단 대구도착 이모저모

▨선수촌 도착

○…북한 선수단이 탄 버스들이 20일 낮 1시30분쯤 줄을 이어 북대구톨게이트를 통과하자 일대를 지나던 승용차 운전자들이 어리둥절해 하며 바라 봤고, 일부 운전자들은 북한 선수단임을 알아채고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줬다.

○…버스가 선수촌에 가까이 오자 입구인 동화교 구간 도로 양편에서 낮 12시부터 기다리던 아리랑응원단 100여명, 시민 서포터스 150여명 등이 수기를 흔들며 열렬히 환영했다.

무더위 속에 이들은 "우리는 하나다" "조국통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한반도기를 흔들었다.

이에 응답해 일부 북한 선수들은 웃으며 차창을 열어 손을 흔들었다.

서영운(26·경북대 법학과4년)씨는 "북한 선수들을 직접 만나보게 돼 감회가 깊다"며 "곧 통일이 될 듯한 느낌까지 든다"고 했다.

김성현(23·대구 노원동)씨는 "북한 사람들을 처음 본다"며 "이렇게 만나는 것만으로도 가슴 뭉클하다" 했고, 서경숙(21·여·장기동)씨는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하게 돼 행운"이라고 했다.

이 즈음 선수촌 입구 도로 변에는 경찰 2개 중대 100여명이 늘어 서 경계를 폈으나 별다른 일은 없었다.

○…선수촌에 도착한 버스에서 북한 선수단이 내리자 주변에서 일하던 자원봉사자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국내외 취재기자들까지 한데 뒤엉겼다.

군중이 500명을 넘을 정도에 이르자 북한 선수들은 당황해 하기도 했다.

이때쯤 북한 서포터스 회원 5명이 임원에게 화환을 증정했고 그 중 한 명인 이영숙(41·여)씨는 "반갑고도 기쁘고 가슴 벅차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숙소로 들어간 뒤에도 서포터스 회원들은 선수촌 국기광장에 머물며 "WE LOVE YOU"(우리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한동안 떠날 줄 몰랐다.

○…선수·임원들은 도착하자마자 숙소 홀에 짐을 둔 채 식당으로 직행했다.

이들은 점심 때를 넘긴 탓에 상당히 시장해 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취재기자들은 선수들이 식당으로 갈 때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고 치열한 취재 경쟁을 벌였다.

선수들에게 밀착해 무슨 말이든 들으려 했고, 선수들도 어느 정도 호응했다.

선수단 중에는 한복을 입은 몇몇이 눈에 띄었으며, 기자들이 특별히 한복을 입은 이유를 집요하게 물었지만 예술체조 윤명란(24) 선수 경우 "양복과 한복 두 벌 중에 한복을 고른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정원 요원들은 대화를 가로막거나 물리력으로 기자 접근을 차단했다.

취재기자들은 식당 안으로까지 함께 들어가려 했으나 경찰관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북한 선수단과 같이 온 기자단은 숙소인 동대구호텔로 향하기 위해 선수촌 승강장에서 수송버스를 기다렸으나 수십분이 지나자 무료한듯 몇 명은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본부호텔

○…북한 선수단 1진과 함께 20일 김해공항에 도착한 뒤 별도의 차편으로 선수단보다 40여분 빠른 오후 1시쯤 대회 본부호텔 인터불고에 도착한 장웅 북한 IOC 위원 등 3명은 호텔 앞에서 김운용 한국 IOC위원 및 세계태권도연맹(WTF) 관계자 등으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두 IOC 위원은 포옹 등으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일행은 이어 호텔 2층 연회장에서 한 시간여 동안 비공개 만남을 가졌으며, 오후 4시10분부터 20여분간은 양측의 합의 내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장에서 장웅 위원은 "여러분,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란 말로 첫 인사를 한 뒤 "이번에는 북한선수단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국제태권도연맹 총재 자격으로 왔고 김운용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가 초청했다"고 밝혔다.

남한 중심의 태권도 단체인 세계태권도연맹 손종필 사무총장은 "장웅 위원 등 3명은 21일 U대회 개회식 참관 후 22일 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장웅 위원 수행자가 리용선 국제태권도연맹 사무차장, 김철운 조선태권도위원회 공보담당관 등이라고 전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양측 위원 등 남북 태권도 관계자 14명은 호텔 식당 '운해'에서 한식으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식당 관계자는 이들이 정식를 먹었고 요금은 김운용 위원이 냈다고 전했다.

▨응원단 이동

○…북한 응원단이 탄 버스가 경부고속도를 통해 오다 동대구 톨게이트에서 내린다는 사실을 미리 안듯 상당수 시민들이 일대 길 가에 승용차를 세워놓고 내려 기다렸고, 그 중에는 일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톨게이트 앞에는 경찰 순찰차와 사이카도 사이렌을 울리며 대기했다.

이런 중에 잇따라 오는 버스 4대를 응원단 버스로 생각해 소리치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눈을 돌렸다가 아님을 알고는 아쉬워 하기도 했다.

응원단 버스는 오후 7시40분이 넘어서야 톨게이트를 통과했으며, 기다리던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환호성을 올렸다.

○…경찰차 호위를 받으며 응원단 버스 행렬이 반야월 도심을 통과하자 행인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어리둥절해 하다가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손을 흔들며 "환영합니다"고 소리쳤다.

이런 모습은 행렬이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곳곳에서 반복됐다.

대구은행 연수원에서는 입구를 지키던 경찰관이 "북한 응원단원들 정말 이쁘다" "모두 인형같다"며 입을 다물지 못하기도 했다.

전창훈기자

○…이에 앞서 20일 오후 4시50분 김해국제공항 대합실에서는 1천여명의 시민, 서포터스 등 환영객들이 모인 가운데 리일남 단장을 비롯한 응원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리 단장은 입국장에 준비된 환영식장에서 입국 축하 꽃다발을 받은 뒤 '대구시민 여러분 이렇게 만나 반갑습니다'는 짤막한 도착 인사말을 건넨 후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응원단은 공항 출발 1시간여 뒤인 오후6시 40분쯤 건천휴게소에 들렀다.

경찰이 일반인들의 접근을 차단한 가운데 응원단원들은 줄지어 화장실을 이용한 후 버스에 올랐다.

1호 버스 맨 뒷좌석에 타고 있던 유설경(20·영화대)씨는 필담을 통해 대학 전공이 '배우'라고 답한뒤 창문에다 '반갑다'고 썼다.

21일 북한의 첫 경기인 남자배구 경기에 응원하러 가느냐는 질문에 응원단 김윤희(20·외국어대)씨는 '예'라고 대답했다.

'몇시'냐는 질문엔 모른다고 답했다.

'내일 다시 볼 수 있겠네요'하며 종이에 적어 보이자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단

"아, 나중에 얘기합세다.

기자양반이오?"

북한 선수단과 함께 대구에 도착한 북한 기자단은 첫날만큼은 누구 간섭도 받고 싶지 않다는 듯 많은 취재진 질문과 카메라의 세례를 피하려 했다.

기자인 자신들이 취재 대상이 된다는 데도 당혹해 하는듯 했다.

이들은 선수촌, 대구은행 연수원 등을 돌며 일정을 마치고 밤 11시쯤 숙소인 동대구호텔에 돌아왔다.

대회 조직위 지원 승용차에서 내린 기자들 중 일부는 방송용 카메라 등을 들고 호텔 안으로 들어 갔고, 일부는 가벼운 짐가방만 챙겨들고 있었다.

매일신문 취재팀이 인사를 건네자 한 기자는 "오늘은 피곤하니 나중에 말합시다.

혹시 기자양반이오?"라고 말을 받았다.

그러면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도 한번 쳐다봤을 뿐 별다른 거부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도착 직후 동대구호텔에 여장을 푼 북한 기자단은 곧이어 선수촌·미디어센터(UMC) 등을 찾았으며, 저녁엔 대구은행 연수원으로 가 북한응원단 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고 경호 담당자가 전했다.

이들을 태워 온 운전기사는 "기자들이 승용차 안에서 휴식하며 스스럼 없이 말을 주고 받는 등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신혁식 숙소 호텔 지배인은 "북측 기자단은 호텔 한 층 전체를 사용하고 13개 객실을 2인1실로 쓰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체 24명 중 20일 밤에는 동대구호텔로 18명만 돌아왔고 나머지 6명은 UMC에서 첫날밤을 보냈으며, 취재 활동에 들어가는 21일부터는 몇명씩 조를 이뤄 각각 움직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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