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응원단 도착 대구은행 연수원 표정

○…150여명의 여대생을 포함한 302명의 북한 응원단 일행은 20일 오후 8시20분쯤 숙소인 경북 칠곡군 대구은행연수원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도착한 리일남 응원단장 등 임원진 일행이 1호차에서 손을 흔들며 내리자 김극년 대구은행장이 리 단장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면서 "잘 오셨습니다"라며 인사했다.

리 단장은 곧바로 숙소 입구 계단으로 올라가 "대구에 도착한 응원단에게 성원을 보내준 환영동포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하며 남녘 동포, 청년 대학생에게 동포애적 인사를 보낸다"며 도착성명을 읽어내려갔다.

리 단장은 도착성명 말미에 자신들이 대구에 제때 못온 것은 "민족화해를 저해하는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세력의 부정한 행위"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리 단장이 도착성명을 발표한 후 계단을 통해 숙소로 이동하자 곧바로 흰색 저고리와 검은색 치마를 입은 대학생 '미녀응원단'이 차례차례 버스에서 내려 일렬로 숙소로 올라갔다.

응원단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구동성으로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로 환영 나온 대구은행 임직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응원단은 대구에 온 소감을 말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이 잇따랐지만 수줍은 듯 묵묵히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몇몇 응원단 대학생은 "한 겨레 한 동포를 만나니 반갑습니다"며 환한 웃을을 지어보였다.

응원단의 도착성명과 숙소까지 이동은 단시간내에 이뤄져 10여분만에 입소식은 막을 내렸다.

○…대회기간동안 응원단이 묵을 숙소인 대구은행 연수원은 당초 응원단이 이용할 안내문과 집기 표시를 대부분 북한 용어로 통일했으나 최종 점검과정에서 남한에서 사용하는 용어 그대로 하기로 해 교체했다고 류창섭 연수원장이 밝혔다.

류 원장은 "식당 등에 저쪽 용어로 표시된 안내문과 표시판을 전부 남한에서 쓰는 말로 바꿨다"면서 "남한에서 열리는 행사인데 굳이 북쪽 용어를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초 응원단이 사용하는 식당 휴지통은 '버림통'으로, 요리는 '료리' 등으로 표시돼 있었다.

○…북한 응원단이 탄 전세버스 11대가 줄을 이어 연수원 입구로 들어서자 이들을 환영하기 위해 기다리던 아리랑 응원단, 인근 주민 등 대구시민 200여명이 한반도기와 꽃술을 흔들며 환호했다.

대구시민들은 버스 창안으로 미모의 북한 여성 응원단이 보이자 '와~'하고 함성을 지르는가 하면 "반갑습니다"하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는 하나다', '통일응원가' 등 노래를 부르고 '조국통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환영 열기를 높였다.

이에 북한 응원단은 버스 창밖으로 함박 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흔들고 인사했다.

또 응원단은 대구시민들의 구호를 따라 '조국통일'을 함께 외쳤다.<

몇몇 북한 응원단은 대구시민들의 뜨거운 환영 인사에 감격한 듯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꼭 쥔 채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북한 응원단과 대구시민들의 만남은 응원단이 탄 전세버스가 연수원 안으로 사라면서 10여분에 끝이 났지만 시민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날 북한 응원단을 환영하기 위해 연수원 입구에 몰려든 대구시민들은 대회기간 동안 북한 선수단을 응원할 '아리랑' 응원단 뿐만 아니라 연수원 주변에 사는 할머니, 나들이 나온 젊은 회사원, 그리고 어머니의 손을 잡고 따라온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북한 응원단과의 감격적인 상봉을 쉽게 잊지 않으려는 듯 이들은 주변 곳곳에 모여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부둥켜 안았다.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따라 부르던 아리랑 응원단 이지현(17·동부여고2)양은 "감격에 겨워 말을 할 수가 없다"면서 "남과 북이 떨어져 있는 현실이 너무나 슬프고 빨리 남과 북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북한 응원단의 숙소 주변에 사는 한 주민은 "내가 사는 곳과 이렇게 가까운 곳에 북한 사람들이 며칠이나마 묵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쁘다"고 북한 손님들을 환영했다.

갓바위 주지 장적 스님은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부산지역 사람들이 북을 바라보는 인식이 많이 변했듯이 대구시민들도 U대회 이후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라면서 "동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런 남과 북의 만남을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대구시민과 북한 응원단의 첫 만남은 단 10여분만에 끝이 났지만, 이날 시민들은 21일 북한 남자배구팀 경기에서 재회를 기약하며 발길을 돌렸다.

북한 선수단의 선수촌 입촌에 이어 응원단의 대구 방문이 이어지면서 남과 북이 함께 외치는 '통일'의 함성은 대구 곳곳에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오후 8시20분쯤 숙소에 도착한 북한 응원단은 도착 즉시 연수원측이 제공한 갈비탕과 낙지불고기 등 한식으로 늦은 저녁식사를 했으며 일부 응원단은 그릇을 다 비우기도 했으나 일부 단원들은 양이 많아서인지 남기기도 했다고.

○…북한 응원단들은 응원도구 등 짐이 뒤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이날 밤11시30분까지도 잠자리에 들지않고 짐 정리에 치중. 이에 따라 대구은행 연수원 직원들과 식당 관계자들도 자정이 넘도록 뒷정리를 돕기도.

○…북한 응원단 버스보다 20분정도 일찍 도착한 북한 보도진은 연수원 정문밖까지 나와 응원단을 환영하는 모습을 취재. 그러나 북한 보도진의 취재모습을 취재하려는 남측 보도진이 몰려들어 제대로 취재가 되지않자 일부 북한 사진기자들은 안전요원들에게 "사진도 제대로 못찍게 하면 어떻게 하랍니까"라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이홍섭·이상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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