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구에서 남북이 하나가 됐다. 21일 U대회 개회식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남북이 함께 입장하자 북측응원단은 일제히 일어나 "조국통일"을 외치며 한반도기를 흔들었다. 7만 관중이 하나가 되어 하나된 '코리아'를 외치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북측 응원단원 김수영양은 "남북이 하나가 되 입장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습니다. 통일이 눈앞에 온 것 같습니다"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들은 미국선수단이 입장하자 연신 흔들어대던 한반도기를 내리고 잠시 조용해지기도 했었지만, 169개국 선수단이 경기장에 입장하는 내내 시종일관 웃는 모습으로 한반도기를 흔들며 개회식을 유심히 지켜봤다.
북측 응원단 303명은 21일 오후 5시 40분쯤 유니버시아드 주경기장에 도착해 남측 전광판 우측에 자리잡았다. 흰색 저고리, 검정 치마 차림의 북측 응원단이 도착하자 이들에게 인사라도 건네려는 시민들로 일대는 잠시 북새통을 이뤘다. 20여분만에 자리를 정돈한 북측 응원단은 "우리는 하나다", "우리 민족끼리 조국통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남한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시민들은 카메라폰과 디지털카메라로 북한응원단의 모습을 담으려 쉴새없이 셔터를 눌러댔지만 개회식이 시작하자 경찰과 국정원 안전요원들이 이중.삼중으로 북측응원단을 둘러싸 일반시민들은 접근이 거의 불가능했다.
북측 응원단이 경기장에 자리잡자 보도진들의 취재경쟁도 불꽃을 튀겼다. 응원단의 말 한마디라도 더 담으려 접근하는 보도진들과 이를 못마땅해 하는 북측 지도원 사이에 마찰이 있어 "자꾸 근접취재를 하면 경기장을 떠나겠다"며 항의, 잠시 분위기가 굳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분위기는 자연스레 풀어지고 북측지도원 마저도 기자들과 웃으며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한 북측 지도원은 피곤해 보인다는 기자의 질문에 "북한에 비해 대구는 너무 덥고, 기자들이 자꾸 괴롭혀 더 피곤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응원단원들은 갑자기 치솟은 기온과 비온 뒤의 후텁지근한 날씨 때문에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훔쳤다. 모두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끝까지 환한 미소로 개회식을 지켜봤다. 지난 아시안게임때보다 어린 단원들이 많아선지 분위기도 훨씬 활기찼다. 개회식이 끝나고 식장을 빠져나가며 안전통제요원들의 통제 속에서도 환영나온 시민들에게 "반갑습니다"고 일일이 인사하며 손을 잡아주는 등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였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설명) 2003 대구하계 U대회 개회식에서 남북선수단이 하나되어 한반도기를 맞잡고 입장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관련기사--▶매일신문 '2003 대구U대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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