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佛 폭염피해_우파 정부 위기

지난해 봄 집권후 승승장구해왔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우파 정부가 폭염 위기 와중의 가공할 인명피해로 인해 출범 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지난 대선에서 반 극우 바람을 타고 연임에 성공한 시라크 대통령은 이라크 전 쟁 위기 때 대미 독자외교를 펼쳐 국민으로부터 역대 대통령 중 최고인 75%의 인기 도를 누렸다.

그는 '프랑스의 줄리아니'로 통하는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을 내세워 소매치 기, 강도 등 기승을 떨던 노상범죄를 급격히 떨어뜨려 공권력의 권위를 회복시켰으 며 재정적자 확대를 경고하는 유럽연합(EU)의 압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약대로 감 세를 단행했다.

시라크대통령은 바캉스(휴가)철 직전 노동계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숙원 과제 중 하나였던 연금제도 개혁을 일단락지었다.

시라크 대통령과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 정부는 집권 후 1년 동안 공들였던 연 금개혁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보고 지난달말과 이달초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 제히 휴가를 떠났다.

그러나 지난달말부터 이달 15일까지 2주일 남짓 사상 유래없이 섭씨 40도를 넘 나드는 더위가 맹위를 떨쳐 노인, 장애자들의 사망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 라크 대통령과 우파 정부는 출범 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애초 수십명 수준으로 추정됐다가 추산규모가 수백명, 수천명으로 늘어나 1만명 사망설이 제기되고 있다.

위베르 팔코 노인담당 장관은 21일 국무회의를 끝낸 뒤 폭염 사망자가 "1만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인명피해 추정치는 시라크 대통령으로 하여금 이례적으로 대국 민 연설을 하도록 만들었다.

대통령이 외교, 국방을 담당하고 내정과 관련한 행정업무는 내각이 맡고 있어 대통령이 특정 국내현안에 대해 국민연설을 하는 경우가 별로 없음을 감안할 때 그 의 연설은 상황의 심각성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시라크 대통령은 공식 사망집계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구체적인 사망자수를 언 급하지는 않았으나 폭염이 "많은 희생자를 냈다"고 말해 피해 규모가 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처럼 인명피해가 늘어난 것은 정부가 제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 이라는 분석이 가장 유력하다.

대통령, 총리, 보건부장관, 보건국장 등 고위 정책 라인이 모두 바캉스 중인 가 운데서 정부는 폭염이 2주일 가까이 계속된 후인 지난 10일에야 비상의료체제를 가 동하기 시작했다.

루시앙 아벤아임 보건국장이 공중보건 위기에 대한 경보를 제때 발효하지 못한 사유로 사퇴했으나 그의 사임은 이번 사태로 조성된 정국 긴장을 푸는데 전혀 효과 를 발휘하지 못했다. 장-프랑수아 마테이 보건장관, 라파랭 총리에 대한 사임 압력이 높아지고 있으 며 바캉스 간 정부 당국의 무책임, 무능력, 무대응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시라크 대 통령을 향하기 시작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폭염사태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에서 3주 동안 휴가를 보낸 뒤 2 0일에야 귀국해 국무회의를 열고 의료체제 보완을 약속했다.

야당과 언론은 폭염 희생자에게 위로를 표명하지도, 사태수습에도 나서지 않은 채 휴가지에서 침묵만 지킨 시라크에 대해 "놀라울 뿐"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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