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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교육섹션 교실 밖 교실-밖에서 배운다(천도교 발상지-용담정)

경주문화엑스포가 개막해 지역민들은 물론 세계인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자녀와 시간을 내 한번쯤은 다녀올 만하다.

게다가 이번 엑스포는 단순한 공연, 전시 행사가 아니라 가족 단위로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 결코 아깝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평가들이 많다.

엑스포를 다녀올 때 돌아오는 길에 꼭 들러보면 좋을 곳이 있다.

바로 천도교 발상지 용담정이다.

경주에서 승용차를 이용해 10여분이면 갈 수 있으므로 이 기회에 세계 문화를 체험하는 한편 민족 종교에 대한 이해도 높이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찾아가는 길

경주에서 간다면 황성공원에서 북쪽으로 황성교를 지나 927번 도로를 타고 10여분 가면 현곡면 가정2리에서 돌로 된 용담정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500m 남짓 들어가면 용담정이 있다.

대구에서 갈 경우 영천을 지나 포항간 산업도로를 타고 가다 안강 사치재 넘기 전, 역시 경주로 가는 927번 지방도로로 우회전하여 20여분 가면 고경저수지 지나 오른쪽에 용담정 입구가 나타난다.

▲용담정

주변이 너무 조용해 엄숙함마저 감도는 용담정 주차장 초입의 포덕문을 지나면 수운 최제우의 입상이 방문객을 반긴다.

포덕문에서 구미산 쪽으로 5분쯤 길게 뻗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용담정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천도교 용담수련원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30년을 지켜온 김근오(80세)원장이 방문객을 맞는데 한해에 약 3만명이 찾는다고 한다.

"학교에서 숙제를 내줘서 근래에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실제로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서부터 동학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 때문에 경주는 물론이고 전국에서 학생들이 찾아온다.

용담정은 이곳 입구에서 다시 산길로 5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

계곡물이 흐르는 용담교에 다다르면 1975년에 세워졌다는 용담정이라는 팔작지붕을 한 기와집이 보인다.

문이 잠겨 있어 수련원에서 열쇠를 받아야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문을 열면 맞은편에 최제우의 대형 영정이 걸려 있다.

영정 왼편엔 청수(淸水-최제우가 참형을 당할 때 받았던 물로 천도교의 기도 의식의 하나)라는 맑은 물 한 그릇과 향을 피우는 제단이 있고 영정 오른편엔 최제우의 삶과 행적을 그린 10폭 병풍 외엔 장식물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

한 종교의 창시자를 모신 곳이라기엔 너무나 소박하다.

학생들에겐 볼거리가 없어 심심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선 후기 힘겹기만 했던 백성들의 삶과 함께 했던 천도교의 배경과 최제우의 지난한 삶을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둘러보는 의미는 충분할 것이다.

▲최제우의 유적

수운 최제우(1824~1864)는 몰락한 양반의 자제로 10여년간 구도행각에 나선 끝에 유불선(儒佛仙)과 그리스도교의 장점을 모아 '시천주(侍天主) 사상'을 핵심으로 '인내천(人乃天)'의 교리를 완성하고 1860년에 동학을 창시했다.

따르는 사람은 금세 늘어났고 자연 유림과 관의 압력을 받게 됐다.

결국 2년도 안 돼 그는 전북 남원의 은적암으로 옮겨갔다.

계급차별과 관리들의 가렴주구, 외세 침략에 대한 반발 등으로 수많은 신도가 생겨나자 나라에서는 혹세무민한다는 죄명으로 1863년에 그를 붙잡아 이듬해 3월 대구 관덕정에서 처형했다.

용담정 주변에 남은 최제우의 흔적으로는 생가 터에 있는 유허비와 구미산자락에 있는 묘소가 있다.

927번 도로의 용담정 입구에서 북쪽으로 300여m 가면 빈 터에 외롭게 서 있는 유허비를 볼 수 있다.

다시 북쪽으로 200여m 가서 대신사(최제우) 태묘라는 팻말을 따라 걸어서 5분 거리에 묘비 하나뿐인 단촐한 묘소가 눈에 띈다.

생가터도 여기서 볼 수 있다.

▲체험할 거리

동학의 발상지라지만 유품이나 전시품이 없어 구경거리는 부족하다.

하지만 구미산의 산세나 계곡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기, 용담정 주변의 폭포와 계곡물 등은 신령스러움을 한껏 느끼게 해 준다.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경외감이 들게도 한다.

우선 천도교의 상징인 궁을장에 대해 얘기를 들으면 천도교가 쉽게 다가온다.

천도교와 관련된 위인들을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리 동학과 최제우에 대한 자료를 준비해서 간다면 더욱 알찬 체험이 될 것이다.

김근오 수련원장이 들려주는 얘기를 바탕으로 천도교의 연표 만들기, 최제우를 중심으로 하는 그림 연표 만들기를 해볼 만하다.

그림 연표는 일단 연표부터 만든 뒤 그 옆에 상상을 통해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것이 상상력 훈련에 좋다.

스케치북과 색연필 한 다스를 준비해간다면 맑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면서 지루함 없이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

김경호(체험교육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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