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강권의 전력으로 알려진 북한 여자축구는 역시 대단했다. 22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경기에서 첫 모습을 드러낸 북한 여자축구는 내달 열리는 미국 월드컵에 대비해 리금숙과 진별희 등이 빠진 채 김철주교육대학팀으로 이뤄진 2진급이었지만 화력은 월드컵에 출전하는 1진 못지 않았다.
상대 수비를 휘젓는 거침없는 드리블을 바탕으로 한 개인기. 기회만 나면 방향을 가리지 않고 쏘아대는 시원스런 중거리포와 위력적인 헤딩슛, 정교한 세트플레이는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었다.
또 상대 측면을 예리하게 꿰뚫는 공간패스와 세밀한 스루패스, 측면 좌우에서 올라오는 크로스 등으로 탄탄한 조직력까지 더한 북한은 독일을 연습경기하듯 주물렀다.
87년 킹스컵에서 북한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공훈체육인' 김광민 감독이 이끄는 북한은 B조 예선 첫 경기에서 소나기 골을 퍼부은 끝에 독일을 6대0으로 꺾었다. 이로써 북한은 24일 프랑스와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8강행을 확정했다.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속에서도 북한은 '미녀 응원단'과 한국 서포터스의 맹렬한 응원에 더위를 잊은 듯 했다.
공격수 리은심(주장)과 김영애를 투톱으로 세우고 중간방어수(공격형 미드필더) 문철미가 간간이 공격에 가
세한 북한은 경기 시작 휘슬과 함께 미드필드를 완벽하게 장악하며 독일을 압박했다.
북한의 포문이 터진 것은 경기 시작 8분만이었다. 투톱의 왼쪽에 포진한 리은심은 독일의 1자수비를 뚫은 허술한 수비를 뚫고 가볍게 슛, 이번 대회 '마수걸이' 골을 터트렸다.
공세를 늦추지 않은 북한은 2분 뒤 문철미가 아크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오른발로 강력하게 차 독일의 오른쪽 네트를 갈르며 소나기 골을 예고했다.
이후 북한은 상대 측면을 끊임없이 파고 들었고 문철미와 김영애가 잇따라 헤딩슛으로 독일 골문을 위협한 끝에 28분 김영애가 아크 정면에서 수비숲을 헤치고 오른발 강슛을 날려 3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독일은 부실한 수비진을 교체하며 안간힘을 썼지만 조금도 틈을 주지 않는 북한의 미드필드 압박에 밀려 하프라인도 몇번 넘지 못하고 전반을 마쳤다.
후반들어 주전 일부를 빼고도 일방적인 경기를 거듭하던 북한은 교체투입된 김영화가 10분 시원한 중거리포로 추가 득점했다.
또 4분 뒤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1골을 더 보탠 석명춘은 15분 리은심이 크로스한 볼을 독일 베레나 골키퍼가 놓치자 쇄도, 6번째 골로 연결했다.
따가웠던 햇살이 다소 누그러진 후반 중반께 마지막 안간힘을 쓴 독일에게 몇차례 골지역 접근을 허용했던 북한은 그러나 이번에는 그물망 같은 수비로 실점위기를넘겨 한골도 내주지 않은 채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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