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나키스트 그린 '역사의 격정'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들의 시대는 다시오는가.

자본주의자는 물론 사회주의 진영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한 '권력의 적' 아나키스트. 현실의 모든 권력을 인정하지 않아 누구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적'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때로는 테러리스트로 오인받던 운명이기도 했다.

자유를 찾아 '자연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한 최초의 무정부주의자 견유학파 이후 "존재하는 모든 권력은 시대를 통틀어 모든 문명에서 동일했다"며 권력을 부인해 오던 아나키스트들의 역사는 고난과 박해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최근 전세계적으로 아나키즘이 다시 주목받으며 '아나키즘의 부흥기'라는 평가마저 받고 있다.

특히 사회주의 몰락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부는 아나키스트 바람은 거세지고 있다.

지난 1999년 프랑스 르몽드지는 급속히 성장하는 아나키스트에 대한 특집을 마련할 정도였다.

아나키스트 단체들도 속속 생겨나고 노조선거에서도 출마, 당선자를 냈다.

극심한 이념분쟁과 사상갈등을 겪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생태 공동체를 중심으로 하는 에코-아나키스트들과 행동주의 아나키즘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에코-아나키스트들은 지난 2000년 아나키즘 연구회를 결성하기에 이르렀고 행동주의 아나키스트들은 2001년 노동절행사에 100여명이 깃발을 들고 실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바람에 맞춰 아나키스트들이 자율주의자들임을 보여 주는 역사적인 29개의 역사적 일들을 사례로 이들을 재조명하는 이브 프레미옹의 책 '역사의 격정'(도서출판 미토·1만6천원)이 번역(김종원·남기원), 출간됐다.

'자율적 반란'이란 부제가 의미하는 것처럼 저자는 아나키스트들이 현실 권력을 부인하며 투쟁하다 억압을 받으면서도 자유를 갈구해 왔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혁명 당시 반혁명 세력이던 백군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내던 우크라이나 '마흐노프쉬치나' 부대병사들은 결국 레닌의 볼세비키 부대에 의해 몰살당한 것이나 프라하의 봄으로 더 잘 알려진 헝가리 인민봉기, 스페인내전, 중국 문화혁명 등을 통해 이런 현상을 목격하게 한다.

로마시절 노예제도에 반항했던 스파르타쿠스 반란과 잉글랜드 농민전쟁, 프랑스혁명 등 사례마다 자유에의 열망들이 묻어나고 있다.

"관료주의와 계급착취가 존재하는 한 자유와 평등을 향한 아나키스트들의 혁명은 한낱 꿈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저자는 "그러나 항상 고독하게 혁명을 행해왔던 자율적 반란자들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된다"며 외치고 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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