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갑자기 시작된 습도 높은 늦더위로 폭염에 익숙잖은 외국인 선수들이 애를 먹고 일부 북한 응원단원은 탈진해 병원으로 실려가기까지 했다. 그러나 더위에 익숙한 열대 국가 선수들은 오히려 컨디션이 더 좋아졌다며 반겼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22일 낮기온은 대구가 올해 최고 수준인 34.7℃까지 치솟고, U대회 경기가 열린 구미는34.4℃, 안동은 32.4℃, 영천은 34.5℃에 이르렀다. 김천 경우 37.7℃까지 기온이 오른 것으로 측정됐으나 자동측정 결과여서 오차를 감안할 경우 실제는 다소 낮았을 것으로 판단됐다. 대구기상대는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서 더운 남서풍이 유입되고 햇볕이 강해 기온이 갑자기 급상승했다"면서 "이번 늦더위는 23일까지 지속되다 24일 비가 내리면서 수그러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더위가 닥치자 야외 경기인 축구.테니스 등 종목 선수들과 응원 나왔던 서포터스 및 자원봉사자들이 큰 홍역을 치렀다. 22일 북한 대 독일의 축구 경기가 벌어진 김천종합운동장에서는 북한 여성 응원단원 4명이 탈진증세를 보여 의무실로 실려가 치료 받았으며, 다른 응원단원들도 타고 왔던 대형버스에 들어 가 에어컨 바람으로 더위를 식혔다.
대구 두류테니스장은 사위가 관중석으로 둘러싸여 거대한 찜통을 방불케 했다. 아일랜드 에이미어 슬론(26) 선수는 "지글지글 끓는 것 같다"며 "대구 사람들은 어떻게 여름을 지내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반면 농구.체조.배구 등 경기는 에어컨이 설치된 실내경기장에서 치러져 큰 무리가 없었다.
선수촌도 습도가 42%나 돼 체감온도가 37.9℃까지 치솟자 대부분의 외국선수들은 혀를 내둘렀다. 탱크톱 차림으로 트랙을 돌던 여자선수들은 더위를 이기지 못해 수돗물을 머리에 끼얹었고, 남자 선수들은 아예 웃통을 벗어던지기도 했다.
러시아 여자 기계체조 다꼬니까바 라아샤(여.69) 코치는 "너무 덥고 힘들다. 서늘하고 건조한 러시아와 달리 습도가 높아 연습에 애로가 많다"고 했다. 펜싱의 러시아 이리나(24.여) 선수 역시 "매우 덥다"(very hot)고 연발했다. 폴란드 매니저 코시키우비츠(여.29)씨는 "폴란드도 최근까지 더웠으나 대구의 여름 날씨는 끔찍할 정도"라 했고, 폴란드 라디오 기자 수살로(여.48)씨는 "너무 더워 물병을 늘 들고 다닌다"고 했다. 헵타콘(철인3종과 유사한 종목) 종목의 영국 피오나 헤리슨(21.여) 선수는 "흐리고 비가 많이 오는 영국과 달리 파란 하늘과 햇볕이 너무 좋지만 오늘은 너무 끈적거리고 햇볕이 강해 차단 크림을 바르고 다닌다"고 했다.
반면 동남아.북미.아프리카 등에서 온 선수들은 자국 날씨와 비슷하다며 오히려 더위를 반기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축구 선수들은 "우리나라 날씨와 너무 비슷해 놀랍다"며 "늘 이런 날씨에서 연습했기때문에 컨디션도 지금이 최상"이라고 활짝 웃었다. 태국 농구팀 주장 웬(26)씨는 "태국 기온도 항상 30℃를 넘어 대구 더위가 별로 부담스럽지 않다"며 "다만 어제까지 내린 비로 습도가 높아 빨래가 잘 마르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싱가폴 태권도 선수 헤이 춘택(23)씨, 멕시코 선수단장 마우리치오 메싸(40)씨 등도 "우리나라도 늘 덥기때문에 마치 고향의 여름을 맞는 느낌"이라며 무더워 하는 다른 나라 선수들을 신기해 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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