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만 느껴지는 열하루다.
언제 다시 이러한 잔치가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인가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순수한 경쟁, 순수한 젊음이 대구 U대회를 통해 발산되고, 지구촌 곳곳의 젊은이들이 달구벌에서 용솟음치고 있다.
정치·경제의 소외감도, 지하철 참사의 아픔도 이 때만은 우리 것이 아니다.
다져진 근육의 성실함과 숙달된 기량들이 걱정거리를 제압하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의 멋진 경기모습 못지않게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성숙한 역할 수행이다.
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을 거치면서 그들의 원숙함은 이제 경지에 도달했다.
스포츠대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도 이러한 풍조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부산아시안게임에 이어 북한선수단의 참가이다.
누구와 비교하거나 우위를 논할 수는 없지만 북한선수·응원단의 참여는 그래도 대구 U대회의 꽃이 아닐 수 없다.
스포츠가 아니면 어디서 남북이 한데 어우러져 한 마음 한 뜻이 될 것인가.
대구는 외국문화와의 접촉이 비교적 단절되어 있는 도시이다.
그래서인지 '보수'가 대구를 대변하는 말로 쓰일 때가 자주 있다.
172개국, 1만여명 외국손님의 이번 방문은 우리 대구를 훨씬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도시로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대학인의 제전인 U대회에서조차 프로선수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원론적으로 짚어봐야 할 문제다.
지하의 쿠베르탱이 알면 기가 막힐 노릇인 올림픽의 프로화·상업화가 U대회에서도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유·정의·진리를 근간으로 하는 대학 구성원들의 반성이 전제되어야 할 사안이다.
대학이 고상한 상아탑만 되뇔 수 없고, 대학 스포츠도 때로는 흥행을 위해 궤도를 벗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U대회만큼은 상업화의 혼돈이 자제되고, 승리만을 향한 변칙이 부끄러운 것이어야 한다.
U대회 이념의 재정립을 말하는 것이다.
대구 U대회는 웅장한 메인스타디움에 비해 일반 경기장들이 상대적으로 초라하다는 아쉬움도 있다.
선진도시, 미래 지향적인 대학이 우리의 꿈이라면 이 문제 또한 대구·경북권 도시와 대학들이 해결해야 할 향후의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자랑스러운 일과 아쉬운 일들이 교차하는 대구 U대회이지만 이를 통해 대구시민과 스포츠맨, 나아가 국민 모두 자부심을 얻는 계기가 되고, 부족한 일들에 대한 반성적 자각이 도출될 수 있다면 이는 큰 소득이다
대규모 국제 스포츠제전의 개최는 이러한 무형의 소득에 더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른다.
김동규〈영남대 체육학부 교수·U대회 학술회의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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