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에세이-'하나 되는 꿈' 이루어진다

대구U대회 이념제정위원으로서, '하나 되는 꿈(Dream For Unity)'이라는 주제를 제정한 사람으로서 '역시 꿈은 꾸는 자의 것이다'는 말을 실감한다.

우리 민족이 하나 되어, 아니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하나 되어 이루어내는 아름다운 꿈을 현실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 되는 꿈'이란 빈부, 계층, 성별, 이데올로기, 인종, 국가와 민족 등 우리 지구촌 모든 벽을 허물고 오로지 인류의 자유와 평화와 사랑만을 축복할 것을 염원하는, 그야말로 꿈은 꿈꾸는 자의 것일 수 있다는 신념으로 제정된 주제였다.

이 축복과 같은 젊은이들의 축제를 거부할 그 어떤 위대한 이념도 '하나 되는 꿈'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리라는 가슴 벅찬 상상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라며 혀 낼름거리며 대구 U대회를 비웃는 듯하였다.

그러나 북한과 우리가 하나가 돼 입장하는 모습. 서로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하나가 되는 현실을 보고 있다.

북한의 기습적인 불참통보, 다시 하루 만의 참가 통보 소식은 결과적으로 대구U대회 '하나 되는 꿈'에 가장 극적인 효과를 부여한 훌륭한 반전장치가 된 셈이었다.

전 대구시민, 아니 전세계인의 가슴 조마조마한, 그래서 더없이 긴 하루를 통쾌하게 만든 낭보였던 것이다.

대구하계 유니버시아드의 주제인 '하나되는 꿈'이 달구벌 언덕에서 전세계인을 상대로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다.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이 대구의 땅을 찾아와 대지를 쿵쿵 디디며 그들, 가장 아름다운 젊음을 스포츠로 불태울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사랑으로 맞이하고 또 그들에게 인류의 진정한 우정어린 평화가 무엇인가를 가슴 속에 깊이 새겨주어야 한다.

일상의 방식으로, 가식이 아닌 진정으로 우리의 사랑이 무엇인지 가슴을 열어 안아야 한다.

내 젊음의 시절, '러브스토리'와 '나자리노'라는 영화가 한창 유행을 했던 적이 있다.

젊음의 혈기가 방창할 무렵 본 '러브스토리'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암으로 아내를 잃어버리고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에게 "사랑은 후회하지 않는 것"이라는 충고로 아들의 쓰라린 아픔을 달래던 아버지의 큰 뜻을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내가 아버지 된 입장에서 새삼 기억해내고 있다.

'나자리노'는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하는 인간과의 사랑 이야기였는데, 비현실적인 사랑의 비극에 눈물 훔치며 감동한 기억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영화의 주제가로 남아있다.

그 두 영화의 무엇이 그토록 날 감동케 하였을까? 당시 나를 비롯한 젊은이를 감싼 현실이 군사독재라는 지루한 어둠의 터널 속과 같은 숨막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을까?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비일상의 영화 스토리가 날 그렇게나 몽환적이게 했을까?

그러나 어쨌든 시대나 나이를 초월하여 지금 깨닫는 불변의 진실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사랑의 힘이야말로 가장 크나큰 힘이다.

사랑한다는 힘은 이데올로기와 같은 비이성적 현실 따위를 초월할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대회 사흘전 북한 선수단이 불참한다는 소식을 접하는 순간,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민주화 투쟁을 하던 혈기 방창한 80년대의 젊은이들이 이 사태를 어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걱정과 과거 30여년전의 내 젊은날의 몽환적 사랑이 함께 오버랩되면서 사랑의 힘에 의지하자는 감상적 해결밖에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우려는 이제 말끔히 씻겨졌다.

우리가 쏜 살의 꿈은 결코 비켜가지 않았다

'하나 되는 꿈'이 비로소 이 달구벌의 언덕에 펼쳐지게 된 것이다.

사랑한다는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또한 '하나 되는 꿈' 이루어지기가 그렇게 쉬울까? 그러나 삶과 죽음의 배반감에서 방황하다 지친 아들에게 "사랑은 후회하지 않는 것"이라며 어깨를 토닥이는 따뜻한 아버지의 사랑의 손길이라면 꿈은 이루어지지 않을까?

어렵사리 남과 북이 하나 된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가 '벽을 넘어 하나로, 꿈을 펼쳐 미래로', 내일의 남북과 세계 평화를 열어내는 단초가 되기를 진정으로 기대한다.

빠듯하고 지루한 일상의 터널을 벗어나 이 신선한 젊은이들의 축제, 그 한 가운데로 뛰어가자. 전 세계의 젊음의 축제 그 한 가운데에서 함께 숨쉬고 함께 호흡해보자. 이상규(경북대 교수.국문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