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장애인 없는 '세계인의 축제'

지구촌 젊음의 대축제, 세계 젊은이들이 '하나가 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열정의 축제인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본격적인 막을 열었다.

대회 개최지인 대구에 살고 있어 그런지 그 열기는 월드컵을 능가하는 것 같다.

이러한 열기에 동참하고 성공적인 U대회가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우리 장애인들도 14개 단체가 모여 장애인공동연대를 구성하고 장애인서포터스 발대식까지 가졌다.

어저께도 장애인공동연대가 개회식을 단체관람하기 위해 대구월드컵 경기장을 찾았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모두 즐거워하는 축제의 현장이었지만 우리 장애인들에게는 들어가는 것부터 힘에 겨웠다.

주차를 하기 위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으로 들어가려는데 진행요원들이 제지를 하며 출입증을 보여달라고 한다.

개회식 티켓을 보여줬지만 다른 출입증을 요구하며 출입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장애인차량을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하도록 승인(?)을 받고 주차장에 들어와보니, 정작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엔 장애인 차량이 아닌 행사진행을 위한 차량들이 4분의1을 차지하고 있었다.

장애인이 장애인전용주차공간에 주차하기 위해서는 주최측의 승인을 받아야하고,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엔 위법차량이 즐비하게 주차해 있는 사실을 보고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 국제적인 행사에 수화통역 하나 없이 개.폐회식을 진행한다고 들었다.

사실여부를 조직위원회측에 확인하니 사실이었다.

조직위원회측은 우리가 항의를 하자 "듣고보니 문제가 될 것 같은데, 지금은 어쩔 수 없다"라고 무책임하게 답변하였다.

장애인복지법 제20조 3항에 "국가적 행사일 경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을 하여야 한다"라고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게다가 신문보도에 따르면 29개 경기장 중 22곳이 장애인석이 따로 만들어져 있지 않고, 대부분의 경기장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극히 미비하다고 하니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적극 동참하려는 우리 장애인들의 활동에 많은 장벽이 가로막혀 있는 것 같아 힘이 나지 않는다.

전세계인의 축제이며 지역에서도 다시 없을 큰 행사인 이번 U대회가 과연 우리 모두의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인지 대구의 한 시민으로서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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