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실화된 '1%대 성장'

지난 2/4분기의 '경제 성적표'는 우리에게 깊은 교훈을 준다.

97년 외환위기 같은 엄청난 대외적인 충격없이도 성장이 거의 정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대내적인 불안 요인과 일관성없는 경제정책의 결과가 어떠한지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분기에 대한 반성과 함께 다가올 하반기 경제정책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은 22일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 증가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성장률은 분기 기준으로 4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또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0.7%로 5년 만에 처음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임이 드러난 것이다.

정부는 틈만 나면 낙관론을 폈지만 서민들은 이미 체감 지수로 이같은 결과를 충분히 예상하고있었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푸념이 엄살이 아님이 증명된 셈이다.

1%대 성장은 사스(SARS)와 같은 해외 요인도 있었지만 우리 '내부의 적'들이 주인(主因)이었음은 틀림없다.

민간소비 위축과 기업설비투자 격감이 그 것이다.

문제는 이들 요인들이 당분간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간소비는 현재 가계부채로 인해 거의 얼어붙은 상태다.

개인신용불량자가 335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시점에서 아무리 돈을 풀어도 그것이 소비진작으로 곧장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업설비투자는 노사분규와 이익집단의 목소리에 눌려 현상 유지는커녕 오히려 해외 이전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차세대 성장동력 10대산업'을 선정하고 연구개발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했으나 소비와 투자의 양대 바퀴가 흔들리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새로운 산업이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박승 한은총재는 "경기회복의 최대 걸림돌은 노사분규와 지역이기주의"라며 마치 문제가 민간에 있는 것처럼 분석하고 있으나 이런 지경에 이르도록 한 일관성없는 정책이 더 큰 원인임을 알아야한다.

경제정책에도 분명 법과 원칙이 따라야한다.

이제 2/4분기는 우리 경제의 '바닥'이 돼야 한다.

밑바닥이 지속되는 'L자형'에서 벗어나야한다.

그러나 비전과 희망으로 경제를 회복할 수는 없다.

'U자형'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뒤따라야한다.

무엇보다 경제정책은 신뢰가 생명이다.

그것이 바로 '1%대 성장'이 주는 교훈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