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받지 못하지만 성실한 봉사 경기장 밖의 사람들

U대회에서는 집중적으로 조명받는 사람도 있지만, 또다른 많은 사람들은 묵묵히 그 뒷켠에서 각국 인사들을 안내하거나 경기장을 관리하는 등 이바지하고 있다.

대회 운영은 고도의 정밀 부품들이 오차 없이 협력해 작동하는 고난도 공연 같은 것이고, 이들은 그것에 기름치듯 그림자처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가장 바빠진 수송팀

경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선수 수송 담당자들이 가장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5천명이 넘는 선수·임원들을 제시간에 경기장이나 연습장까지 태워 날라야 하기 때문.

특히 오전엔 각국 선수들이 한꺼번에 훈련장에 가려고 버스로 몰려 운전 담당자들이 정신 없을 정도라고 했다.

육상선수 이동 버스 운전을 맡은 김수영(65)씨는 "지난 19일 이후 버스가 추가 투입돼 그나마 여유가 생겼으나 그 전까지만해도 하루 6번이나 왕복해야 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배차를 담당하는 선수촌 수송운영부도 바쁘기는 마찬가지. 훈련 선수 및 종목별 선수 증감을 미리 파악해 차량을 배정해야 하기때문에 당일 경기 수와 훈련장 체크에 온 신경이 집중된다고 했다.

수송·배차 관련 안내를 담당하는 선수촌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차량 문의자가 하루 평균 120여명에 달한다"고 했다.

선수촌 수송운영부에 따르면 선수촌에 준비된 대형버스는 총 220대. 승용·승합차까지 합하면 570여대에 이른다.

그 중 대형버스는 각국의 축구·배구·농구팀당 1대씩 120대를 우선 배정했다.

해당 팀과 늘 함께 움직이는 이 버스는 그 자가용인 셈. 나머지 버스는 종목별로 배치, 육상 경우 20대가 배정돼 주경기장, 훈련장 등으로 일정한 배차 간격에 따라 왕복하고 있다.

승용·승합차는 임원들이 주로 탄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경기장 지킴이들

아무런 스폿라이트도 없지만 각 경기장엔 모든 준비를 도맡아 치밀하게 대비하는 운영요원들이 그림자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 중에는 공무원도 있고 체육교사, 고교 농구부장도 있다.

올 여름 70여일간을 농구 코트에서 보내고 있는 효성여고 임대섭(49) 농구부장의 요즘 직함은 '영남고 체육관 사무차장'. "처음 경기 지원 활동을 시작할 때는 국제대회를 치르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설때문에 걱정이 컸다"는 임 부장은 이제는 성공에 확신이 섰다고 했다.

함께 농구경기를 지원하는 장태영(45) '총무담당관'은 달서구청 공무원. 그 역시 이만큼 준비해낸 데 스스로 감회가 깊다고 했다.

동료인 이준열(32)씨는 여고 체육교사로 자신의 농구선수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장 내외를 두루두루 점검하느라 하루 해가 짧다.

찰나가 메달 색깔을 바꾸는 수영 경기장 운영요원들은 53개국 720여명의 선수·임원들이 경기하는데 차질 없도록 기록계측기, 전광판, 방송 지원상태 등을 거듭거듭 점검하고 있다.

대회조직위 금석진(41) 수영종목 담당관은 "길게는 3개월 전부터 투입된 경기운영 요원들이 더위와 싸우며 사명감 하나로 활동하고 있다"며, "1990년대 초반 전국체전을 개최한 이후 대구에서는 처음 열리는 대규모 대회라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고 했다.

대부분의 경기 운영요원들은 여름 휴가는 고사하고 잠시의 짬도 내기 어려워 가족들로부터 많은 원성을 듣고 있다고 했다.

◇외국생활 거친 통역 군인들

국방부는 외국 요인 담당 30명, 일반 봉사자 140여명 등의 장병을 선발해 U대회장에 파견했다.

통역이 임무인 이들은 해외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들. 대회조직위 관계자는 이들의 수준을 "최상급"이라고 했다.

그 중에는 강원도 최전방 부대에서 달려오거나 서해안 북방한계선 인접 부대에서 파견된 사병도 있다

입대 5개월 됐다는 송민수 해병 이병(22)은 백령도에서 근무하다 뽑혀 FISU 사무국 통역 전담요원으로 일한다.

호주에서 6년간 살며 시드니대학 치료방사선과 1학년을 마치고 입대했다는 그는 "다른 나라에서와 달리 우리 서포터스들이 열정적이고 뜨겁게 맞아 주는 것을 외국인들이 가장 인상 깊어 한다"고 전했다.

파라과이 10년, 브라질 2년 등 남미에서 오래 살다 온 신승호(24) 특공여단 일병은 장병 통역요원 중 유일한 포르투갈어 구사자. 덕분에 포르투갈인 FISU 명예위원 등을 돕고 있는 신 일병은 "외국 귀빈들이 대구의 문화나 명소를 많이 물어 오고, 자국 물가와 비교하려는 듯 집세가 얼마나 되는지에도 깊은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전방인 강원도 양구에서 왔다는 김동우(26) 육군 일병은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을 다니는 등 9년간 유학한 경우. 루마니아인 FISU 집행위원을 돕는 그는 "집행위원들이 대구가 많이 변했다고 놀라와 한다"고 했다.

4년 전 준비차 찾았을 때와 너무도 달라져 "밭에 아파트가 들어선 것 같다"는 비유로 놀라움을 표시한다는 것.

군장병 통역 요원들은 외국인들이 군에 대해서도 관심이 적잖다고 했다.

포르투갈은 일년 전부터 의무 복무기간이 4개월로 줄었고, 슬로바키아는 2년 전까지는 6개월 복무였다가 지금은 모병제로 바뀌었다는 얘기도 그 과정에서 들었다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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