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2일 참여정부 출범 6개월에 대해 '천지개벽같은 변화'라면서 "이전 정부의 흐름과는 전혀 다르며 너무 큰 변화라 우리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1인보스 및 통치체제로 특징되는 과거와 컨셉이 다르고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면서 "21세기가 바뀌고 있는데 우리만 옛날코드로 보고있는데 옛날코드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등 야당은 참여정부의 지난 6개월을 '아마추어정권의 국정운영 미숙으로 인한 혼돈과 갈등, 불안의 총체적 위기'라며 혹평하고 있다.
심지어 최병렬 대표 등 야당지도부는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참여정부 출범으로 우리 사회가 근본적인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지만 국정최고책임자인 노무현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언어습관과 언론과의 잦은 충돌이 국정운영시스템의 난맥상과 혼선을 부추긴 감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기에 출범초부터 제기됐던 노 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부동산 의혹과 이기명 전 후원회장의 재산관련 의혹은 참여정부의 도덕적 기반을 흔들기 시작했고 최근의 양길승 전 청와대 1부속실장의 향응접대와 몰카사건은 국민적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변화된 국정시스템
노 대통령의 지난 6개월간의 국정운영은 한마디로 시스템에 의한 운영과 탈(脫)권위 행보로 압축된다.
그래서 청와대비서실부터 개편, 정책실을 강화하면서도 수석제를 폐지해 각 부처에 대한 조정권한을 없앴고 각 부처에 자율권을 부여했다.
대통령은 장기 국정과제에 전념하고, 부처의 일은 장관에게, 내각의 조정과 통할은 총리에게 맡겼다.
노 대통령은 급기야 지난 4월 26일 "이 정부의 1인자는 시스템"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화물연대의 운송거부사태가 발생하자 국정시스템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등 위기관리체제에 구멍이 뚫렸다.
철도파업,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화됐을 때도 혼선은 쉽사리 정리되지 않았다.
청와대측은 '국정운영 미숙'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내각이 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숙지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참여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나면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 등과의 유기적인 관계가 구축되는 등 국정시스템이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이 분출될 때마다 시스템이 아니라 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노 대통령이 나설 수밖에 없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아직까지 국민들에게는 시스템의 변화보다는 '인치'가 더 각인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화와 토론
참여정부 들어 달라진 국정운영방식의 대표적인 것은 대화와 토론에 의한 정책결정이다.
그래서 매주 화요일 열리는 국무회의는 2, 3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고 국무위원들은 소관부처가 아닌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대화와 토론의 정점에는 노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취임 후 6개월동안 정책토론 형식의 업무보고와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이 96회에 달했다.
국무회의 뿐 아니라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동북아경제중심위원회 등 각종 태스크포스(T/F)의 국정과제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핵심국정과제에 대한 추진 의지를 다져왔고 또한 검사들과의 대화를 시작으로 각 부처 공무원들과의 대화에 이르기까지 참여정부의 국정철학을 직접 설명하고 강조해왔다.
그래서 참여정부는 토론공화국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공무원들 스스로 참여하고 개혁해야 하며 혁신은 각 분야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은 개혁대상이 아니라 '개혁주체'라며 공무원들이 앞장서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말은 숱한 논란과 화제를 던졌다.
국정운영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까지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대북·안보정책
노 대통령이 출범초기부터 전력을 쏟았던 분야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대북정책과 한미관계였다.
미국과 일본, 중국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저자세 외교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에 매달려 실용주의 노선을 걸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27일 '베이징 6자회담'이 열리게 됨에 따라 일단 북핵문제의 국제적 해결기대감과 실마리가 풀리게 됐다는 점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한미관계에 있어서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바람에 보수파들로부터 주한미군의 재배치문제를 가속화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또한 미국과 일본, 중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실용주의 외교는 때로는 과공(過恭)외교로 때로는 굴욕외교 또는 일관성 부재라는 비난을 받는 등 자신의 지지자들로부터도 혹독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경제정책
2/4분기 이후 국내의 각종 경제지표들이 바닥세를 면치 못하는 데다 노동정책에 대한 경제주체들간의 불신이 불거지는 등 아직까지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노 대통령은 당초 인수위시절에는 7%를 웃도는 경제성장률을 장담했지만 3%대로 떨어졌고 무엇보다 부동산투기만은 확실히 잡겠다고 약속했지만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치솟는 부동산가격은 정책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취임 6개월을 맞아 실시한 각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도 노 대통령이 가장 못한 일로 '경기침체와 경제불안'이 꼽혔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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