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1시30분쯤 대구U대회 미디어센터로 쓰이는 전시컨벤션센터(산격동) 앞마당에는 '자유'란 문구를 새긴 한반도기가 펼쳐졌다. 자유시민연대 지도위원이라고 밝힌 치과의사 이재진씨가 설치한 것. 이씨는 "북한에 자유가 없음을 내외신 기자들에게 알려주려고 이 현수막을 만들었다"며 곧 여러 단체가 참가하는 기자회견이 시작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10분쯤 뒤 독일인 북한인권 운동가 노르베르트 폴러첸(46)씨가 목과 다리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 22일 강원도 철원의 인권집회에서 경찰과 몸싸움 중 다쳤다며 몰려든 기자들에게 자신이 온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앙상하게 몸이 마르고 눈이 퀭하니 들어간 북한 어린이들 사진을 보여주며 "이 어린이들의 눈빛을 보라, 그들이 죽어가고 있다. 나는 북한 인권문제를 모든 이들에게 알리고 싶어 이곳에 왔다. 나를 죽이겠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이 수백통이나 오지만 나는 이 일을 계속할 것이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구급의사인 폴러첸씨는 2000년 12월까지 일년 반 가량 북한에 체류하며 실상을 본 뒤 북한 인권운동을 펴고 있는 인물. 그는 20여분간 내외신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런 다음 오후 2시쯤 북핵저지 시민연대 등 4개 사회단체 회원 10여명이 대열을 이뤄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현장에는 '김정일 타도하여 북한주민 구출하자' '김정일이 죽어야 북한동포가 산다'는 등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북핵저지 시민연대 박찬성 대표가 북측과 우리측을 모두 비판하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낭독이 끝났을 무렵인 2시10분쯤 외부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던 북측 기자 2, 3명이 이를 목격했다. 그 중 일부는 "치우라"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고, 카메라를 든 한 북한 기자는 기자회견 모습을 사진으로 찍기도 했다. 북한 기자들은 그 정도로 마치고 컨벤션센터로 들어갔다. 사회단체 회원들은 이들의 불만에 아랑곳 않고 기자회견을 계속했다. 곧이어 북한을 비난하는 내용의 구호 제창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 기자들은 들어간지 10분이 채 못된 2시17분쯤 6, 7명으로 늘어나 기자회견장으로 다시 내려 왔다. 이들은 매우 격앙된 표정으로 "치우라"고 소리 질렀고, 우리측 기자들이 소감을 물으려 하자 뿌리쳤을 뿐 아니라 자신들을 촬영하려는 내외신 카메라까지 격하게 밀쳤다.
이어 기자회견 대열 뒷쪽으로 간 북한 기자들은 사회단체 회원들을 밀치며 손과 발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워낙 빠르고 격하게 행동해 경찰관 제지가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양측 몸싸움은 약 3분간 계속됐다. 취재진과 경찰관이 뒤섞임으로써 회견장 주변은 한때나마 아수라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폴러첸씨가 쓰러져 구급차가 올 때까지 10여분간 그대로 있다가 2시40분쯤 경북대병원으로 옮겨졌다.
경호요원들과 경찰관들은 북한 기자들을 황급히 대열에서 분리시켜 2시20분쯤 컨벤션센터 3층으로 다시 들어가게 했다. 이때 내외신 기자들은 북한 기자들을 뒤쫓아 취재하러 가려다 경찰이 컨벤션센터 1층 입구를 모두 봉쇄하는 바람에 강력히 항의 받기도 했다.
북한 기자들이 들아간 뒤 사회단체 회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 "북측이 먼저 밀치고 손발로 때렸으며 경찰이 이를 방관해 폴러첸씨 등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들도 오후 3시쯤 완전히 해산해 충돌 상황은 막을 내렸다.
한편 경찰은 기자회견 경우 신고없이 할 수 있어, 그 수준을 넘어 구호제창 등 집회 형식으로 변하면 즉각 해산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0명이 넘는 경찰력을 기자회견장 주변에 배치하고도 양측 충돌을 막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처능력 부족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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