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Viva! 대구-팔도아리랑 축제

"좋아요, 좋다마다요. 이래봬도 나도 한때 한 가락했거든…".

23, 24일 '팔도아리랑 축제'가 열린 대구시민회관 대강당. '본조아리랑' 곡조에 맞춰 춤을 덩실덩실 추던 최태점(78·북구 칠성동) 할머니는 '공연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춤추기에 바빠 두마디만 했다.

사실 그랬다.

조금의 신명이라도 있는 사람이면 참기가 쉽지 않은 무대였다

연극배우 홍문종(김삿갓 역)씨의 걸쭉한 입담으로 시작된 이 소리극 축제는 상주-강원도-해주-단천 아리랑으로 이어지면서 조금씩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갔다.

인간문화재 이춘희씨의 절제되고 완숙한 목소리와 이호연씨의 내어지르는 소리가 어울린 '긴아리랑'은 아리랑 중 가장 어렵다는 곡임에도 '역시 명창'임을 알게 했고, 인제뗏목아리랑에선 도르레를 단 뗏목이 잘 나가지 않자 소리꾼들이 밀고 나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박자가 어려워 신명을 내기가 쉽지 않았던 관객들은 잘 알려진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대목에 이르러서는 누구라 할 것 없이 박수로 무대와 객석을 한덩어리로 만들어갔다.

이어 수십년후에 어엿한 하나의 아리랑으로 불려지게 될 창작곡 '대구아리랑'(정은하 작창, 김기현 작사)이 처음으로 선보였다.

또 무대 뒷면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 각 아리랑이 연주될 때 그 지역 특유의 풍광을 소개해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북한의 개량악기인 옥류금으로 '영천아리랑'을 연주한 박미화(연길시 조선족 예술단)씨는 "연변에서도 영천 아리랑, 밀양아리랑 등을 자주 부르지만 이렇게 많은 아리랑을 듣기는 처음"이라며 "그냥 가슴이 벅차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또 다른 감흥을 전했다.

이날의 클라이막스는 전 출연진과 관객이 함께 부른 '본조아리랑' 무대. 사회자의 유도에 따라 1~3층을 가득 채운 1천700여명의 모든 관객들이 일어나 박수를 치고 어깨춤을 추며 신바람을 냈다.

대구국제민속연극제에 참가했다가 동료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필리핀의 제롬 디마란타씨는 "아리랑 TV를 통해 아리랑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는데 아리랑이 한국의 노래인 줄은 처음 알았다"며 "스스로 감성적이 됐다"고 말했다.

동료인 로지 앤 파젤라씨는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아름다운 음악과 의상이 잘 어울렸고 한국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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