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알박기'기승-'대박'기다리다 '쪽박'찬다

아파트건립 예정지에 땅을 사뒀다 팔지 않고 버티며, 사업자체를 지연·중단시키거나 엄청나게 비싼 값에 되파는 속칭 '알박기' 투기행위가 대구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들어 대구에서 아파트 및 주상복합 분양, 건설을 위한 시행사와 시공사들이 난립되면서 해당 부지를 확보하지 않고는 사업할 수 없는 요지를 매입한 뒤 지나치게 높은 보상비를 받아챙기는 소위 '알박기' 악덕 지주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알박기'란 용지의 소유권 100%를 확보하지 않으면 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토지 일부만 확보한 후 매각을 거부하며 버티다 결국에는 시세보다 몇 배 내지 십수배나 비싸게 파는 일종의 토지 투기이다.

전문 브로커들이 시작한 '알박기'는 최근들어 조직폭력배와 부동산 중개업자, 주택업체, 민간투기꾼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대상지 또한 아파트 사업부지뿐 아니라 상가 예정지나 재건축 아파트, 아파트의 진입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알박기' 사례

지난해 상반기에 분양한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건립 예정지에 100여평짜리 단독주택 1채를 미리 사 둔 사람은 끝까지 버티다 사업시행사에 시세의 열 배 가량 되는 보상금을 받고 팔았다.

또 분양을 앞두고 있는 수성구 범어동의 한 주택단지에서는 아파트 건설 예정지에 편입된 도로부지 0.9평을 가진 지주가 5천만원의 보상비를 받고 소유권을 팔았고, 인근의 한 주상복합 건설 예정지에서는 주상복합 건설정보를 입수한 한 사람이 400여만원을 주고 땅 1평을 사 뒀다가 결국 건설사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남구 봉덕동 일대에도 재건축 단지 중앙에 20~100평을 사 두고 '대박'을 꿈꾸고 있는 전문 '알박기' 꾼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성구 두산동 주상복합아파트 건립 예정지에서는 대구시내 모 공무원이 69평짜리 단독주택 소유권을 10억원에 주택업체로 넘겼으며, 아파트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달서구 진천동·월성동·유천동 일대에도 이미 여러명이 '알박기'로 돈벼락(?)을 맞은 것으로 주택업계에 소문이 파다하다.

또 최근 아파트를 분양한 대구 수성구 사월동 지구단위계획지구내에서는 한 사람이 대지 87평을 2억원에 매입한 뒤 사업에 동의를 해주지 않고 끝까지 버티다 건설사로부터 시가를 크게 웃도는 12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알박기'가 순식간에 떼돈을 벌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하자 최근 들어서는 폭력배들까지 아파트 건립 예정지에 대한 '알박기' 작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건설이 추진중인 수성구 시지지구 한 단지에서는 이 같은 일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알박기'는 분양가격 상승 요인

전문꾼들의 '알박기'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법이 허용하는 한 모든 수단을 동원, 철퇴를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터무니없는 가격을 보상해준 업체들이 그 부담을 아파트 분양가격에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택업체들은 이 같은 경비를 분양가격 산정 때 원가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와 주상복합의 경우 분양가격이 평당 1천만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또 사업기간 지연은 물론 땅값 및 아파트 분양가격을 끌어올리고, 투기심리를 부추기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와 함께 '알박기'꾼들은 대부분이 이중계약서 작성 등의 방식으로 세금까지 탈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박기' 처벌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민간 주택사업자의 사업예정부지 일부를 사업자보다 먼저 매입했다는 프리미엄을 적용, 사업자에게 고가에 매도하는 이른바 '알박기' 사범들의 범행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기도 했다.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은 경기 구리시내 아파트 개발정보를 입수, 13평 빌라를 4천700만원에 구입해 팔지 않고 버티다가 건설사로부터 15억원을 받고 매각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48)씨 등 '알박기'사범 3명을 지난달 구속했다.

또 서울지검 강력부는 최근 경기 고양에서 조합아파트 건립이 추진되던 땅 중 70여평을 미리 사놓고 시공업체에 비싸게 되팔아 6개월 만에 9억여원을 챙긴(부당이득) 부동산 브로커를 구속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은 공동주택사업자의 사업예정부지 30평을 법원경매로 매입한 후 11개월만에 건설사에 10억원을 받고 판 이모(46·남양주시) 등 2명을 부당이득 혐의로 구속하고, 달아난 양모(40·남양주시)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으려는 사실을 알고 해당 토지를 먼저 낙찰받은 뒤 주택사업자가 사업부지를 100% 매입해야 사업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약점을 이용, 1년여 동안 매매협상을 끌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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