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F학점 노정권'의 희망

오늘로 취임 6개월을 맞은 노무현 대통령의 1학기 성적표가 말이 아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채점한 점수도 F학점(평균 47점)이고 국민들이 매긴 여론조사 점수에서도 F학점(40점)을 받았다.

대학으로 치면 학점을 못따 졸업조차 못할 점수다.

대선 승리로 청와대에 첫 입학할때만 해도 B학점(80.6)이었던 지지도를 놓고 보면 대입수능점수는 그런대로 잘 받아 최고 대학에 들어오긴 했는데 첫 학기부터 F학점을 맞은 낙제생 꼴이다.

이유야 여러갈래겠지만 크게 보면 애초 수능 평가때 제 실력보다 과대 평가됐거나 1학기동안 해야할 전공 공부는 제대로 안하고 엉뚱한데 헛심쓰며 정신팔려 있었던 탓이거나 둘중 하나다.

당사자인 노 대통령이야 나름대로 하느라고 했다고 우기겠지만 국정운영 6개월을 채점한 여.야의원들과 국민들의 눈에는 경제, 노사, 외교 등 전공과목에 심혈을 쏟기보다 언론과의 싸움이나 코드 맞추기 같은데 헛심을 쓰느라 국정이 망가진 것으로 비쳐진 것 같다.

국회의원들의 채점은 여야간의 정치적 이해관계나 분당을 둘러싼 감정적 편견을 의심할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러나 국민들의 채점에서 7점이나 더 낮은 40점짜리 F를 받았다는 사실앞에서는 변명이나 핑계보다 민심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야한다.

이제 겨우 한학기를 보낸 노 정권의 성적표를 굳이 거론하는 것은 남의 일시적 실패를 험담하거나 가학적 폄훼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5년간 10학기의 과정 중 9학기나 남아있는 대선당선 수준의 수능 우수생을 단 한학기 성적만으로 5년치 국정능력을 예단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또한 '잘못 뽑았다'거나 '선정(善政)않는 임금은 백성이 추방할 수 있다'는 맹자의 방벌론(放伐論) 같은 비판적 은유에도 덩달아 동의하고 싶지 않다.

다만 노 대통령은 지금 바로 이웃반(班) 학과에 후진타오라는 경쟁자를 두고 있는 처지임을 명심하라는 뜻에서다.

후진타오와 노 대통령은 거의 같은 시기 같은 출발점에서 국가운영의 게임에 출전해 있다.

지금부터 누가 더 빠른 경제성장을 이뤄내고 외교적 실익을 챙기며 동북아의 주도적 위상을 확보해 나가느냐는 민족의 사활이 걸린 빅게임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F학점이나 받으며 우물쭈물 헤매고 있을 처지가 아닌 것이다.

한가하게 네가 옳네 내가 옳네 말재주 토론이나 즐기고 앉아 있을 여유도 없다.

후진타오반의 경찰은 중국투자 탐색을 위해 온 한국 중소기업사장 안내를 위해 고속도로에서 경찰국장 차로 에스코트까지 해줄 만큼 개혁돼 있다.

그런데 명색 개혁정부라는 노무현반의 경찰은 행자부 장관 구명로비나 하고 앉아 있다.

화물연대 파업도 세계3위의 물류기지 부산항이 5위로 밀려난 지 석달도 안돼 똑같은 파업이 재발되도록 손놓고 있다가 일 터지니까 또 '토론'으로 날을 지새며 수천억원을 까먹고 있다.

그 사이 후진타오반에서는 부산에서 빠져 나오는 물동량을 공짜로 앉아 챙기며 저만치 앞서 나가고 있다.

그뿐 아니다.

후진타오반의 자치 시장(市長)과 성장(省長)들이 줄줄이 한국의 도시를 돌며 투자유치 설명회에 진력하고 있을때 노무현반의 일부 시장 구청장들은 주민들이 4년간 일좀 잘해달라고 뽑아준 자리 차 던지고 총선 출마하겠다고 설치고 있다.

그게 다 5년간 나라일 잘하라고 뽑아준 청와대 사람부터 총선 출마하라고 내보낸 윗물 탓이 더 크다.

그래서 'F학점 정권'도 만약 '총선전략'이란 과목이 있다면 틀림없이 A학점을 받았을거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뭉그적거리는 불법 파업처리나 집단이기의 '떼법'에 밀려 표류하는 무원칙한 법 집행, 언론장악 시비가 이는 신문과의 전쟁, 끊임없이 이어지는 신당 다툼 등 이해하기 어려운 사안들을 총선과 떼(표)논리에 맞춰 짐작해보자 틀렸나? 총선전략 같은 선택과목에 헛심을 빼고 있으면 정권이 집중해야 할 필수 전공과목 성적은 떨어지는 것이다.

노정권이 남은 9학기동안 성공한 참여정부로 기록될 수 있는 희망은 딱 한가지. 우선 '총선전략' 과목에서 F학점을 받는 일이다.

그러면 필수과목 쪽의 성적은 저절로 A학점으로 올라간다.

그것은 곧 후진타오 반을 이기는 길이기도 하다.

지금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U대회에서도 노 대통령은 개막식때의 그 열기를 보았을 것이다.

단 열흘만에 끝날 스포츠경기에서도 온국민은 지기보다 이기기를 열망한다.

하물며 민족의 존망이 걸린 국가경영 게임에서야 더 말할 것 없다.

계속 F학점짜리 나라로 이끌어 참패시키는 지도자가 되면 DJ말처럼 임금을 추방하는 맹자의 방벌론이 진짜 나올 수 있다.

김정길(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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