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Viva! 대구-섬세한 우먼파워 심판진

이번 대회 각 종목 경기장에는 거친 남성들 틈바구니에서 깔끔하게 경기를 진행하는 여성국제심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들은 구기종목은 물론, 남성들의 전유물로 인식된 투기종목에도 특유의 섬세함으로 경기를 진행해 스포츠분야에서 높아진 여성들의 지위를 과시하고 있다.

직업들도 다양해 학원강사를 비롯, 은행원 공무원 변호사 총포사직원 등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즐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42개 팀이 출전한 배구종목에는 한국의 정말순(29·대한배구협회심판)씨와 스페인의 수잔나 마리아(29), 호주의 폴락 에리자베스(44) 등 3명의 여성국제심판이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배구가 전업(專業)이 아닌 배구가 좋아서 취미로 배구심판이 된 케이스.

대학때 우연히 배구에 심취해 배구와 인연을 맺은 정말순씨의 원래 직업은 영어학원강사. 고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서는 심판역할 보다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각국의 심판 선수 임원의 입과 귀가 되어 주고 있다.

또 이날 대구체육관에서 여자배구 이탈리아-중국전 주심을 맡은 수잔나 마리아와 폴락 에리자베스도 자국에서 각각 은행원과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투기종목인 유도에서는 몽골의 댐딘 이크투셩(30)이 홍일점 심판으로 눈길을 끌었다.

몽골유도회 전임심판이기도 한 그는 25일 열린 첫날 남녀부 중량급경기 심판으로 나서 매끄러운 진행으로 각국 선수 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태권도에서는 특이하게도 종주국인 한국에서는 여성심판이 없는 반면 외국인 4명이 국제심판으로 맹활약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에서 변호사 직업을 갖고 있는 앤 체이스씨(43)는 태권도의 매력에 흠뻑 빠져 국제심판이 됐다.

선수경력 8년, 코치 6년, 국제심판 5년, 미국태권도 첫 여성부회장 등 화려한 태권도 경력에다 공인 5단인 체이스씨는 "태권도가 거친 운동 같지만 예와 도를 중히 여기는 섬세한 운동"이라며 "공정한 심판으로 성공적인 대회가 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태국인 캣사라 아운사드(29)씨는 아버지가 경영하는 총포사 여직원이다.

지난해 국제심판 자격을 딴 캣사라씨는 태권도 공인3단으로 앳된 얼굴과 귀여운 용모로 이번 대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는 "여성이 거친 투기종목을 맡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섬세하고 원만한 경기진행은 남성보다 오히려 앞선다"며 국제대회에서 여성심판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채수기자 c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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