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탄생이후 한국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를 둘러싼 논쟁 혹은 대립이 더욱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나온 계간 역사학잡지 '한국사시민강좌'(일조각 펴냄) 33호가 이와 관련된 특집을 마련했다.
이 특집에 대해 편집위원을 대표한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독자에게 드리는 글'에서 "진보를 자처하는 쪽에서 발휘하는 일방성을 냉정하게 성찰하고 비판할 필요성을 느껴 시도한 기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교수는 나아가 "보수와 진보, 수구와 혁신의 용어들이 무차별적으로, 무책임하게 남발되는 것은 지식인으로서 방관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대선이 끝난 뒤에도 승리한 쪽은 상대방을 포용하기보다 '수구꼴통'이라는 상스러운 말까지동원하면서 '보수세력'을 아예 없애 버릴 듯한 기세"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문제 의식 아래 이번 특집은 △16세기 사림파는 진보세력인가 △조선후기 실학에 드러난 진보성과 보수성 △근대 한국의 수구와 개화파 △일제강점기 진보와 보수 △민중운동의 비혁신성 등을 다루었다.
대구한의대 김성우 교수는 사림파가 훈구파와 대립할 초기에는 높은 혁신성을 보였다가 점차 보수화되어 갔음을 계량적 방법으로 논증하려 했다.
김 교수는 나아가 이렇게 보수화된 사림이 임진왜란에서 구국의 선봉에 서게 됨으로써 집권을 1세기 더 연장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태영 경희대 명예교수는 그동안 진보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실학에 내재한 보수성을 밝히는데 주력했다.
그에 따르면 성리학에 비해 실학이 진보적이긴 하지만 선험적 천리(天理)와 국가체제라는 공적인 면을 버리지 못하는 '불가피한 보수성'이 있으니, 이런 실학을 서양 근대 군주론과 비교해 선진, 후진이라 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태진 교수는 한국근대사에서 통용되는 수구와 개화의 구분이 우리의 성찰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일본 침략주의가 제멋대로 논단한 데서 출발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한국근대사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이런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김희곤 안동대 교수는 일제강점기 민족운동에서 사회주의운동을 진보세력으로, 이에 대칭적인 민족운동세력을 보수로 규정하는 학계 일각의 구분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진보는 곧 선이요 정의이며 보수는 악이요 불의라는 이분법은 위험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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