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수촌 청소봉사자 "평생할 청소 이번에 다해"

U대회 폐막 이틀을 앞두고 각국 선수단의 퇴촌 행렬이 잇따르면서 선수촌 숙소 청소 봉사자들은 더 바빠졌다.

대구새마을부녀회 소속 600명의 자원봉사자들에게 새로 부여된 임무는 마무리 청소. 이 아파트촌이 언제 선수단 숙소로 쓰였는지 모를 정도로 대회 '흔적'을 말끔히 없애야 하는 것이다.

지난 10일 이후 벌써 19일째 계속되고 있는 숙소 청소 봉사는 그래서 대회가 종료된 사흘 뒤인 다음달 3일까지도 계속될 예정. 봉사자들은 그래로 "지난 일을 생각하면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고 했다.

지금까지 해 온 일이 선수촌의 어떤 분야 자원봉사자들 못잖게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자이(56·산격동)씨는 어깨·허리·다리에 멍이 드는 등 성한 곳이 없다고 했다.

청소가 너무 힘들어 넘어지고 부딪히다보니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됐다는 것.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15층이나 되는 선수촌 아파트를 하루 8시간씩 오르내리며 방마다 청소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파트는 또 얼마나 넓은지 아십니까? 42평씩이나 됩니다.

이렇게 넓은 집을 한두 채도 아니고 29채 가량이나 청소해야 합니다.

평생한 것보다 이번 대회 기간 청소량이 더 많을 겁니다.

우리 집은 겨우 19평이지요". 이씨는 "그래도 선수들이 고마워하기라도 하니 다행"이라고 했다.

신봉기(55·고성동)씨는 창문 닦는 일이 제일 힘들더라고 했다.

전용 세정제가 없어 젖은 걸레로 닦은 뒤 마른걸레로 다시 깨끗이 하다보면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는 것. "지난 10일부터 시작했는데 솔직히 너무 힘들어 중간에 그만 둘까 생각도 했어요. 며칠 계속하니까 근육이 뭉쳐 앉지 못할 정도였어요. 거의 매일 몸살을 앓았습니다.

꾹 참고 하다보니 결국 끝까지 오긴 왔습니다만". 신씨의 고생담엔 끝이 없었다.

청소 봉사자들이 말한 공통적 고민거리는 유럽·미주 등 대부분의 외국선수들이 신발을 신은 채 아파트 안을 돌아다니는 것. 김영숙(51·검단동)씨는 "처음엔 바로 뒤따라 다니며 신발 자국을 닦아냈지만 선수들은 신발 벗을 줄을 모르더라"며 "문화적 차이 때문이겠지만 섭섭한 마음도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구경란(48·칠성동)씨는 "힘들 때마다 우리 애들이 어지럽힌 것 치운다고 생각했다"며, "새로 지은 아파트라 선수들의 입촌 시작 전 나흘간의 청소가 가장 고되었으나 이제 정말 입주해 올 집 주인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깨끗하게 해 놓고 봉사를 마칠 것"이라고 했다.

대구새마을부녀회 박효강(48) 회장은 "너무나 고된 강행군이었지만 중도에 포기한 회원이 한 명도 없다"며 "우리가 고된 만큼 대구를 찾은 외국인들이 편했으니 즐거운 마음이 더 크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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