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쇠야, 이곳이 어디냐"?
"예, 함경도 북청이라 하옵니다".
"이곳에 사자가 춤을 잘 춘다는 데 어디있느냐"?
"예, 곧 불러옵죠".
양반과 하인이 걸쭉하게 말을 주고받을 때 사자 두 마리가 등장한다.
언제 보아도 '북청 사자춤'은 걸품이다.
치렁치렁 늘어진 사자 털을 뒤집어쓴 채 두 사람이 척척 호흡을 맞추는 사자춤을 보고 있으면 절로 흥이 쏟아진다.
지난 27일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북청사자놀음이 벌어졌다.
그 전날까지 밀양 백중놀이, 하회별신굿탈놀이, 남사당놀이 등도 그곳에서 공연되었다.
그뿐만 아니다.
문화예술회관에서는 미술전과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작품전, 연극제, 무용페스티벌 등이 열리고, 유니버시아드 경기장과 최근 문을 연 오페라 하우스에서 연일 문화행사가 각축전을 벌이는 양 이어지고 있다.
오랜만에 대구가 문화의 도시가 된 듯하다.
다른 도시에 비해서 문화예술의 기반이 약한 대구인지라 이만한 분량의 문화행사는 사뭇 수년간의 행사들을 한꺼번에 치른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행사장마다 적지 않은 관람객들이 모여들고 있어서 문화예술의 계절이 온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유니버시아드라는 국제체육행사가 문화에까지 이렇듯 다양한 파장을 미칠 줄은 몰랐다.
이번 문화행사는 대체로 대중공연물부터 고전물까지, 그리고 수동적인 참관에서부터 적극적인 체험학습까지 다채롭게 이어진다.
나도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를 데리고 행사장을 둘러보았는데, 이 녀석의 관심은 나를 웃돈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오락밖에 모르는 녀석이 도자기며 목공예, 풍물놀이 현장 속에 들어갔다가 쉬 나오질 않는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페인팅을 하고 도공이 된 양 물레를 돌리고 또 카메라 앞에서는 영화배우가 된 양 금방 외운 대사를 실감나게 주고받는다.
또한 국채보상공원에서 열리는 '태극기 축제'에서는 오늘날의 태극기와 너무나 흡사한 고려말 범종(梵鐘)의 조각을 볼 수 있었고 회암사 돌계단에 새겨진 '전통 회돌이 태극'문양을 두고 감탄했다.
책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나 축제장에서 대하는 인상은 분명히 달랐다.
나는 아이와 손을 잡고 나오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한 생활인에게 있어 문화란 무엇일까. 오랜만에 격한 운동을 하고 나면 다음날 몸 곳곳에서 작은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는데, 그 까닭은 보통 때는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문화예술을 관람하고 나면 우리는 어떤 유쾌한 뻐근함을 느끼는데, 이 역시 경제생활 속에만 갇혀 있던 우리가 여느 때 사용하지 않았던 정신을 사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고른 근육이 강건한 육체를 만들 듯이 문화예술은 우리를 전인격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이미 문화의 도시라는 옛 명성이 사라진 대구가 이런 계기로 문화예술이 활동하게 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엄창석(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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