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업혁명 화두는 무농약"

농업 유전학에 있어 세계최고 권위자로 통하는 제임스 브루베이커(78·하와이대 석좌교수) 박사가 세계대학교류센터가 주최하는 '석학특별 강연'을 위해 28일 대구를 찾았다.

브루베이커 박사는 인간 게놈 지도 규명을 가능하게 한 생물 유전자 지도를 풀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으며 유전학을 응용해 농식물의 대량 생산이 가능토록 한 주도적 인물 가운데 한명이다.

그는 '농업 혁명'을 주도하고 있으며 저작물은 30여개국에서 번역돼 유전학의 '교과서'로 활용되고 있다.

옥수수 박사로 통하는 경북대 김순권교수는 그의 제자로 28일 오후 경북대 농대에 있는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 두사람은 만나 '식량 혁명'으로 불려지는 농업유전학의 발전 과정과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에 대해 대담했다.

대담은 김교수가 질문 하고 브루베이커 박사가 답을 하는 형식으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지난 한세기 동안의 '유전학'의 성과를 정리해 달라

▲20세기초 멘델이 유전법칙을 발견한 이후 50년이 지나고부터 유전학이 농업에 응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50년대 이후 50년동안 인구는 25억에서 60억 정도로 증가했으나 벼와 옥수수, 콩 등의 식량 생산량은 유전농학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무려 3배가 늘어났다.

그리고 유전 농학의 성과는 생명공학의 놀라운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세계를 휩씬 '사스 바이러스'의 규명도 결국 유전자 지도를 농유전학에서 풀어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직도 후진국은 식량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실제 60억 인구중 10억 인구가 굶주리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농업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기아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농업 기술만 저개발국에 전파된다면 식량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구소련이 30년대 후반부터 30여년 동안이나 육종 개발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체제(집단농장)를 통한 식량 생산 증가를 꾀하다 실패한 것과 같이 이데올로기와 각종 정치적 문제들이 기술 전수를 가로막고 있다.

식량 문제도 올림픽 정신과 같이 인류애적 방법으로 접근하면 해결이 가능하다.

-앞으로의 농업 혁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볼 것인가.

▲향후에도 인구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2050년에는 인구가 100억을 돌파할 것이다.

그러나 농경지의 절대면적은 줄어들고 있으며 점차 오염되고 있다.

좁은 땅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현재의 농유전학 발전 속도로 본다면 예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식량 증산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양적인 생산뿐 아니라 농약 사용이 필요없는 저항력이 강한 오염되지 않은 농작물 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다.

-농작물 생산량 증가가 어느정도 가능하다고 보는가.

▲옥수수를 예로 든다면 현재 미국 농장의 옥수수 생산량은 평균(1ha) 8.2t이며 중국은 6t 정도다.

그러나 최근 한 농가가 유전학을 응용한 품종을 이용해 무려 21t을 생산해 냈다.

이는 다른 곡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며 생산량 증가는 한계를 규정하기가 어렵다.

-한국에서는 미국산 유전자 조작 옥수수 수입 문제에 대해 민감하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선 거부감을 일으키는 '유전자 조작'이라는 표현에 문제가 있다.

유전자 육성 농작물이란 용어가 더욱 적당하다고 본다.

현재 대표적인 유전자 육성 식품은 옥수수와 콩이 있다.

유전자 육성 식품은 미국에서도 환경부와 농림부, 식품안전청의 종합적 승인이 나야한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로는 안전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와이에서는 바이러스에 강한 파파야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식품이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흥분하는 것은 위험하며 중요한 것은 안전성 있는 식품을 만드는 것이다.

-70년대 이후 한국을 계속 방문해 왔다.

한국 농업의 문제점을 지적해달라.

▲미국은 농작물의 농약 사용량이 적지만 한국이나 태국의 경우 건강에 해로울 정도로 농약 사용량이 많다.

농업 생산량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질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자들도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하는 연구를 해야한다.

-향후 농유전학의 연구 방향을 제시해 달라.

▲지금까지는 곡물류와 과일 생산 등에 있어 한가지 우량 유전자 육성에 매달려 왔지만 한가지 유전인자(질적 유전)로는 훌륭한 품종을 만들 수 없다.

슈퍼 옥수수에서 보듯 몇가지 유전인자를 혼합(양적 유전)하는 육성법에 좀더 주력해야 한다.

-농학 연구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달라.

▲농장에서 일하는 것을 사랑해야 하며 자기가 연구하는 농작물을 사랑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다수 연구자들이 논문에만 치중한다.

즉 현장이 없는 이론에만 매달린다는 것이다.

한국의 연구자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자신의 연구성과물들이 논문에서 잠자는 것이 아니라 농장에서 바로 이용이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담:김순권 경북대 교수

정리: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