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이데올로기적 표현

"이유가 어디 있어? 안된다면 안되는 거야!"

28일 오후 4시20분쯤 U대회 기계체조 여자단체전이 열린 계명대 체육관 앞. 일부 관람객과 경기장 안전통제요원들 간에 승강이가 벌어졌다.

정신대 할머니 3명, 시민단체 회원, 모 여고 교사.학생, 교회 신자 등 49명이 단체로 북한팀 응원에 나섰다가 제지당한 것. 문제의 발단은 '우리 민족끼리 통일합시다'라고 적힌 카드섹션 준비물이었다.

통제요원들은 "카드섹션 준비물을 놔두고 들어가라"며 입장을 막았고, 관람객들은 반발했다.

응원단은 "며칠 전에도 3차례나 같은 내용물로 응원했다"고 했으나, 안전요원들은 '자극적 용어' '이데올로기적 표현' 등이라며 가로막았다.

한 교사가 따지자 한 경찰관은 "이유가 어딨어, 내가 안된다면 안되는거야"라고 했다.

응원단 인솔자들은 현장의 '안전통제실'을 찾아 항의했으나, 관계자들은 "카드섹션물을 들고는 입장할 수 없도록 대회조직위 규정이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전통제실의 주장은 곧바로 거짓으로 드러났다.

대회조직위 관계자는 "그런 규정은 없다.

경기 진행을 방해하거나 지장만 주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안전통제실 관계자는 말을 바꿨다.

"다른 경기장에서 국제심판들이 정치적 문구는 안된다며 북측 응원단의 카드섹션물을 사용치 못하게 해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응원단의 입장과 카드섹션물 반입은 승강이 시작 40여분 만에 허용됐다.

여고 인솔 교사는 "남북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학생들을 데려왔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당국의 행위를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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