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U대회 그 이후(1)-업그레이드 대구

'시민들의 힘'으로 빛난 유니버시아드였다.

U대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 지금 대회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데는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이고도 헌신적인 노력은 여타 요소들을 압도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1만명의 자원봉사자와 2만5천명의 시민서포터스가 자신의 일인냥 땀을 흘렸다.

자원봉사자와 서포터스야말로 대구.경북의 시민의식을 도약시킨 숨은 공로자였다.

이번 대회는 10여년째 계속된 경제난과 지난 2월의 지하철참사로 실의에 빠져 있던 시민들에게 자긍심과 활력을 불어 넣었으며 실추된 대구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대구.경북민들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이미지를 쇄신하고 적극적인 시민상을 대외에 알린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물.

U대회는 대회 개최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파급효과는 크지 않지만, '대구'라는 도시브랜드를 높여 향후 지역경제발전의 펀더멘털 및 소프트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큰 몫을 했다.

역대 최다국(174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이라크.팔레스타인.동티모르 등 세계의 분쟁당사국 대부분이 참가해 어느 대회보다도 대회 이념에 충실했던 대회로 기록될 전망이다.

북한의 참가는 이번 대회 최대의 이슈와 화제를 뿌렸다.

U대회에 대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남북화해의 장으로 대회를 승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은 사상 처음으로 대구.경북의 땅을 밟았다.

그러나 북한의 철수 시사 발표, 남측 보수단체와 북측 기자단의 충돌, 예천에서 벌어진 김정일 위원장 현수막 해프닝 등 이념 차이에 따른 돌발 사태가 잇따르면서 남북이 극복해야 할 사상과 이념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케 해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구가 대회유치에서부터 운영까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중앙정부는 지원업무를 맡은 이번 U대회는 대구의 행정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행사 노하우를 쌓는 절호의 기회였으며 초절약 경제대회였다.

이번 대회의 총 사업비(재정계획 기준)는 2천389억원에 불과해, 대구 월드컵 경기장 하나 정도 짓는 돈(2천674억원)으로 대회를 치러냈다.

국비와 수익사업비를 제외하면 실제로 투입된 대구시비는 400억원에 불과했다.

대회 성화는 꺼졌지만 진정한 시작은 이제부터다.

대구 도시마케팅의 중요한 계기가 됐던 이번 U대회 개최 효과를 확대.재생산하기 위한 '포스트'(Post) 유니버시아드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도시 각 분야의 대대적 업그레이드 운동을 전개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대구U대회의 국가.지역적 발전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구 U대회를 통해 기대되는 효과는 비경제적인 무형의 효과가 대부분이므로 이를 통해 축적된 학습효과를 사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상당 부분 소멸돼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회 준비 및 개최 과정에서 축적한 각 분야의 노하우를 사회적 소프트웨어 발전으로 이어가고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경섭 대구시 U대회 지원반장도 "대구U대회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게 하고 도시 이미지를 세계에 지속적으로 각인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국제스포츠행사 뿐만 아니라 도시 랜드마크 개발, 대구 대표문화행사 발굴 등 다각적인 도시마케팅이 추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남대 이성근 교수(지역개발학과)는 "이번 U대회를 통해 국제행사에 걸맞은 도시 인프라가 구축됐다고 본다"며 "글로벌시대에 걸맞은 사회시스템과 도시환경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혁신기업연합회 수석대표 권용범(40) 컴텍스 사장은 "U대회를 계기로 대구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전환점)를 만들어야 한다"며 "30, 40대가 중심이 돼 대구지역민들의 폐쇄적.보수적 기질을 바꿔보자는 '대구업그레이드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관련기사--==>매일신문 '2003 대구U대회 홈페이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