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10시30분, U대회 선수촌 국기광장에서는 북한 응원단의 마지막 공연이 펼쳐졌다.
그러나 이날 공연은 전과 달랐다.
공연자와 관중이 하나돼 흥겨운 놀이마당을 벌였다.
먼 발치에서 서로를 지켜봐야 했던 종전과는 달랐다.
특히 이 놀이마당은 북한측이 앞서서 이끌었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통일이 가까이 온 것 같다"고 했다.
북한 취주악대가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공연을 시작하자 멀찌감치서 지켜보던 자원봉사자와 대회조직위 관계자들이 우르르 몰려 들었다.
응원단이 군무로 분위기를 무르익힐 즈음, 사회자 홍련아(19.김일성대)양이 "남측 여러분, 함께 춤 춥시다"고 관중을 장내로 끌어 들였다.
우리측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하며 머뭇거렸다.
그러자 홍양은 "이런 기회가 다시는 없을텐데 후회하실 겁니다"라며 손을 잡아 끌었다.
드디어 무대 위로 뛰어 든 봉사자 등은 북한 응원단원들과 손을 맞잡고 놀이판을 이뤘다.
'휘파람' 등이 연주되는 가운데 응원단원들은 자원봉사자들에게 탭 댄스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북한의 응원단.선수단, 선수촌의 자원봉사자 등이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기차놀이'를 하며 놀이판은 절정에 이르렀다.
"한 민족 한 핏줄이라는 것이 가슴으로 느껴집네다". 비로 진흙탕이 된 광장을 한껏 뛰어다니던 북한 응원단 장영옥(19)양은 가슴 벅차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행사가 끝나고도 양측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거나 서로 사인을 교환하느라 한 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자원봉사자 김억근(28.대구대 물리학과)씨는 "함께 춤 춘 응원단원 박례영씨가 이름을 적어줬다"면서 "통일되면 꼭 한번 찾아갈 것"이라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맨 앞줄에 앉아 이 모습을 지켜보던 북한 전극남 총단장은 "계획된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고무되다 보니 이렇게 분위기가 흘러가게 됐다"며 "남북이 한데 어울리는 것을 보니 좋지 않습네까?"라고 했다.
프랑스의 장 꼴리뇽(Jeanne Colinon.26) 선수는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인 코리아가 하나 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면서 "북한이 계속 남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설명)북측 선수단의 뒤풀이가 펼쳐진 대구하계U대회 폐막일인 31일 오전 선수촌 국기광장에서 북측응원단과 선수들,남측 자원봉사자 등이 어깨에 양손을 얹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기차놀이'를 하고 있다.정운철기자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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